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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당의 문인화방

부채에 피어난 연꽃

 

 

서한당이 부채에 그린 연꽃 그림이다.

좁은 면, 부챗살 위의 고르지 못한 면이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이웃들에게 작은 정성을 전하는 소박한 선물이다.

 

늘 꽃 그림을 즐겨 그리는터라 내가 농으로 힐난하듯이

"웅장한 소나무의 고고한 기품이나 기괴한 기세라던가

 기골이 장대한 천년 바위 같은 그림을 그릴 것이지

15년을 붓에 매달리고 고작 꽃 그림이란 말이오?"해도

 

아무 소용없다.

정작 자신은 그런 기운 상승하는 붓을 끌고 밀 힘도 재주도 없다며

아예 반기를 들어 대항하지도 않는다.

뜰에 세워둔 관솔의 뽀쭉 튀어나온 가지 하나도

풀 잎으로 가리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성미라

차후로도 그런 그림을 그릴 기미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화, 난초, 매화에 각각 몇 년씩  편식하는 아이처럼 한 그림만 그리더니

연꽃이며 장미, 능소화, 목단 등을 그리며

죽을 때 까지 그려도 자신은 정작 초보 수준이라고 한다.  

 

 

 

 

 

향원익청香遠益淸이라......

향기는 멀리 갈수록 맑아진다는 뜻인데.

마음에 깊이 새기며 그 의미를 음미해 본다.

 

연꽃에 코를 가까이 대고 맡는 냄새는 가까이 갈수록 진해진다.

연꽃의 향기는 왜 멀수록 맑아진다고 하였을까?

향기는 후각 세포로 인지하는 일차적인 냄새만이 아니다.

 

달빛에는 그런 냄새가 없다. 그런데도 시인들은 달빛의 향기를 맡는다고 한다.

그 달빛에는 어두운 골목길을 은은하게 비쳐주는

달의 고운 마음을 느낄 때 달빛은 향기로운 것이리라.

 

그 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 아래 옥토끼의 방아며,

천상의 선녀 항아의 전설에 젖을 때 달빛은 향기로운 것이리라.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 아름답고, 청정한 꽃과 향기를 간직하여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연꽃은 더럽게 오염된 밭에서도 맑고 고운 향기를 내뿜어 정화 시킨다.

더럽고 추악한 환경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향기를 지닌

연꽃은 인간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연꽃의 이런 속성을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발전 시킬 때

비로소 연꽃의 향기는 멀리멀리 퍼지며

이 사회를 맑고 아름답게 정화 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