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한 그루가 이사를 간다.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남근 같은 뿌리는
배냇향 담긴 흙더미로 칭칭 동여맨 채
지난 평생 일구었던 무성한 잔솔가지 헌 짐짝 버리듯 떨구고
긴 화물 트럭에 실려 중심을 잃고 너풀너풀 춤추듯 가더니
차멀미에 어지러워 아예 벌러덩 누워서 간다.
뿌리가 하늘을 처음 보니 정신을 잃었나 보다.
도로변에 서 있던 나무들이 난생 처음 보는 희한한 구경에
고개를 쭈욱 빼고 모든 이파리를 흔들며 박장 대소하다가
제 아랫도리에 불끈 힘을 주며 뿌리를 내리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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