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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수족관

7번 국도변, 바다를 굽어보는 언덕배기 횟집 수족관

파도도 너울도 없는 이 작은 바다에도

높은 옹벽을 타고 넘은 파도 소리와 갯내음은

실향민들에게 전해지는 애틋한 그리움이다.

 

 

난민 수용소- 최소한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포로의 혈관에 꽂힌 해수 링거관이 뒤엉키고

인공 호흡기는 연신 한숨을 토하는데

누구에게 대항 한번 해 본 적도 없는 벵에돔 한 마리가

정복자들의 입맛에 맞는 육신을 소유한 탓인 줄 모르는 멀뚱한 눈으로

일면식조차 없는 어군들과 낯설음과 두려움이 끼어들 틈마저 없는 공간에서

동병상련의 눈길 한 번 나눌 여력조차 없이

하루 하루를 저당 잡힌 모진 생명들

 

 

이제 발치 아래 바다는 어둠의 장막 안에서

포근한 잠을 덮고 파도가 맥박인양 철썩거릴 때도

해수에 녹슨 형광등 매서운 눈초리로 감시하는 이 수용소

끝없는 도로의 차량 소음과 헤드라이트 빛으로

잠들지 못하는 고문을 당하며

시한부의 멍에를 벗는 장엄한 의식을 기다리고 있다.

 

 

 

도마 위에서 껍질을 벗은 후 하얀 속살이 가지런히 접시에 누운 후

남은 머리통이며 앙상한 뼈마저 삶겨 공양하면

이 수용소에서 영원히 벗어나는 것을

육신에서 완전하게 해방되는 것을

몇 발치 너머 전생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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