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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보청기

 

보청기

 

  

발사된지 100년이 넘은 인공위성 한 척 - 아득한 은하계를 탐사하는 중이다.


동료 대원들은 우주 공간에 묻히고 재충원 없이 홀로 남은 함장.


낡아서 재투자를 망설인 것인지 부속품 교체가 되지 않아 본부와 교신에 혼선이 잦다.


  


버섯 같은 집에서 홀로 사는 새말 할머니가 세상을 만나기 위한 낡은 보청기


 

응답하라. 응답하라. 여기는 사령부 본부. 귀 함선은 예정 항로를 이탈하고 있다.


즉각 귀환하기 바란다. 초단파 00MHz에 주파수를 맞추고 교신하기 바란다.


잘 알겠는가.......... 뭐라고? 볼륨을 높여서 반복해 달라고... 알았다.


반복한다. 여기는 본부.................. 오버


 

철길 궤도를 이탈한 소음인지 낡은 엔진의 부속품이 부딪히는 소리인지 기계의 파열음이 맹렬하다.


 

 


ㅆㅅㅊㅊㅊㅈㅈsss ㅈszszsssssz--ssss ㅉㅆㅅ hㅅㅅ


ㅉkㅈㅊㅊㅈㅊㅊ ㅆㅊㅊㅊㅆ ㅆㅅㅅㅅㅆ  ㅉqqㅆ ㅅㅈt


 

 


코드가 달라 해독이 어려운 암호로 된 주파수의 입이나 표정을 가만 바라보는 베테랑 함장,


능숙한 정황 판단으로 응답한다.


 

야야. 네가 왔구나. 산 송장 같은 나를 찾아왔구나.


 


서산에 남은 반 뼘만큼의 햇살 온기로 내 손을 맞잡고 비비며 공복 같은 그리움을 충전하면서.


야야..... 이기 어짠 일인지 내가 죽지를 않는다.


마치 저승 사자의 엄청난 실수로 발생한 일인 것처럼.


그리고 먼저 간 이들이 마치 당신 탓인 것처럼


 

   

경술생이신 할머니는 2013년 104세로 타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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