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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포복절도의 웃음 - 웃음의 바이러스

 

TV를 보니 웃음 치료에서 명품 웃음으로 치는 것이 박장대소라 한다.

박장(拍掌)하면서 대소(大笑)한다는 것인데

그런 경험이 있는지 돌아보니.... 옳지! 누구나 잘 아는 공동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배삼룡은 바보 코미디언이다.

그는 바보 연기의 귀재다운 천부적인 외모를 가졌다.

그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우리의 챌리 채플린이었다.

영구로 코미디의 새 영역을 열고 웃음의 지존이 된

심형래는 웃음의 전도사요, 대중문화의 천재다.

 

바보는 정신이 멍한 상태로 지각하고 반응하는 속도가 둔한 것이 특징이다.

그들은 초점을 잃은 멍한 상태로 고개는 갸우뚱 기울면서 잘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잘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해도 해도 안되는 딱한 상황을 기막히게 연출했다.

진짜 바보가 하는 것보다 더욱 바보스러웠다.

 

 

 

 

 

 

왜 바보에 환호하는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기 우월감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그런 우월의 욕구는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인데

바보들의 둔한 행동을 보고 무의식 중에 우월의 욕구를 충족한다는 것이다.

바보들에게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긴장감과 경계심을 풀고 일말의 동정심을 보이면서

심리적으로 위안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 내 추론이다.

 

 

시청자들은 그런 연출된 바보들을 보고 손뼉을 치며 배꼽을 쥐며 웃었다.

중력으로 해가 갈수록 아래로 쳐지는 입꼬리가 들려 올라가고

세파에 파인 눈가의 잔주름이 펴지며 웃음의 짧은 행복을 누렸다.

 

놀랍게도 웃음 전문가들은 웃음의 효과가 면역세포(NK세포)를 활성화 시켜

암과 같은 세포를 공격하여 면역력을 증가 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그 웃음보다 한 단계 높은 웃음 치료의 최상의 방법은 포복절도할 웃음이란다.

포복(抱腹)에 절도(絶倒)라 함은 배를 안고 뒹굴며 넘어져 까무러친다는 것이다.

그럴만큼 우스운 일이 있을까?

 

그런 웃음은 일생에 몇 번 밖에 없을 진기한 웃음일 것이다.

아마도 연출된 웃음보다는 실제 상황의 웃음일 것이다.

 

 

 

 

 

 

아득한 기억 한 오라기를 따라가 본다.

성당의 미사는 제단에서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는 고요하고 진지하고 엄숙한 시간이 아닌가!

미사를 보조하는 복사라는 역할이 있다. 그런데 기이한 상황이 발생할 줄이야!

 

복사 한 사람에게서 웃음보가 터진 것이다.

아마도 사소한 어떤 상황에서 분심(分心)이 일었으리라.

그런데 문제는 그 분심이 웃음 한 방으로 툭 터지고 말았으면 좋았을텐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는 웃음을 참으려고 기를 쓴 것이다.

입을 다물고, 살갗을 꼬집어도, 슬픈 일을 떠올려도 아무 소용없었던 것이다 

 

이런 세상에! 참으면 참을수록 웃음이 터지려는 판이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하필 그 옆 자리에 내가 끓어 앉아 있을 줄이야.

입을 다물고 웃음을 참으려고 갖은 애를 쓰는

그의 키득거리는 얼굴에서 번져오는 웃음을 막을 도리가 없었으니....

 

 

 

 

 

! 이것이 바로 웃음 바이러스의 위력이로구나.

나는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장궤 중 포복하며 터질 것 같은 웃음보를 참다보니 눈물이 찔끔거렸다.

세상에 이런 일로도 눈물이 나오다니.....눈물의 진정성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 아닌가!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무서운 전파력에 입가로 헛바람처럼 새어나가니 킥킥 거릴 수 밖에......

당황스러웠고 죄책감이 엄습해 왔지만 웃음의 파급력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었다.

 

이 바이러스가 결국은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에게 옮겨 가고

앞 자리에 앉은 신자들마저 전염을 시키고 말았다.

결국 사제는 미사를 잠깐 멈추고 웃고 합시다며 상황을 진정 시켰다.

 

그 때를 생각하면 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지금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다. 웃어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웃음은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한다.

                        억지 웃음, 과장된 웃음, 미치광이의 웃음도 효과가 많단다.

                       

그 일로 누구도 웃음을 발사한 이를 아무도 나무라지 않은 것은

사랑의 힘이기도 했지만 웃음의 공덕, 위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