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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행복의 종착지로 가는 간이역(1) - 몰입의 역

 

 

우리의 삶은 행복의 종착역을 향하는 여정이다.

칙칙칙칙 기적 소리 울리며 기차는 떠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행복 여행의 희망찬 출발을 한다.

 

 

 

곧 행복 열차는 환승을 하는 간이역에 도착한다.

이제 모든 승객들은 열차에서 내려 환승을 하게 된다.

자기가 원하는 목적지로 향해야 한다.

 

무관심과 안일과 권태의 기차를 기다리는 행열이 길게 늘어져있다.

느슨한 하품, 지친 일상의 권태, 자신에 세상 일에 무관심한 표정들이

길게 줄을 지어있는 행열은 몰입의 역을 포기한 이들이다.

 

나는 몰입의 역으로 가는 티켓을 끊는다.

 

 

 

 

몰입은 자신이 하는 일이나 처한 상황에 흠뻑 빠져들어

물 흐르듯이 일체가 되는 자연스런 느낌이다.

 

몰입은 황홀한 행복의 묘처(妙處), 신비한 몰아(沒我)의 지경,

시공이 멎은 듯한 묘시(妙時), 상황과 사람의 혼연일체,

주객의 경계가 없는 곳이다.

 

 

 

 

곡예사를 묘기에 넋을 잃은 소녀처럼,

천상의 음감으로 악기를 다루는 조율사처럼

팔도강산을 안방 넘나들 듯 하던 김정호처럼

바둑판에서 수담을 나누는 신선처럼

몰입을 경험할 때 느끼고, 바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일상에서 몰입하는 일은 행복으로 가는 첩경이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도 집중하지 못하면 몰입에 이르지 못한다.

몰입에 이르기 위해 너무 어렵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쉽지 않은 과제를 정한다.

너무 어려운 과제는 좌절을 자초하기 쉽고

너무 쉬운 과제는 잠재력을 개발할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나의 일상을 면밀하게 관찰한다.

나무를 다듬어 작품을 만들고, 꽃 한포기의 양식이 될 퇴비를 손질하고

뜰을 바람처럼 거닐며 내가 느끼는 감정을 찾아내고 표현한다.

 

 

나는 많은 시간을 목공방에서, 블로그에서

나의 일상의 숨결과 향기를 담은 글을 올린다.

때로는 뜰에서, 밭에서, 산과 들에서 일상의 경험들이

사유의 장독에서 삭힌 글을 올린다.

 

 

우리가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은 일상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일상은 수련과 도야의 도장이다.

일을 경험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자기 목적적 행위에서 몰입이 쉬워진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몰입해서 받은 내적 보상은 물질적 수혜보다, 명예보다 값지다.

사소하고 하찮은 일이지만 그런 과제, 목표들은 정신을 집중시키는 표적이다.

그리고 몰입으로 가는 발단이 된다.

 

 

 

 

 

내 전원생활의 기쁨 중의 하나는

내가 삶의 주인이 되는,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이다.

나의 의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온 마음을 기울이려 한다.

곧 삶의 지배권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왕국의 지배자이며 유일한 백성이다.

 

 

                                                                    (위 그림은 모두 창현 박종회 화백의 작품이다.)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