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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무주 교외의 어느 전시장 무주의 어느 시골 도로를 드라이브하다 보면 길가 공터에 독특한 전시장이 하나 있다굳이 말하자면 전시장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이 많이 통행하지도 않고 주변이 잘 정비되어 있지도 않은 곳이다 동행이 없다면 작품 하나 하나를 담아가서 두고두고 음미해 보고 싶다차후로 그럴 기회가 있을 것이다누가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를 모른다다만 몇 가지 짐작을 할 뿐이다제작자는 이미 제 기능을 잃은 물건이나 부속품을 찾다가 눈에 번쩍 띄었을 것이다아무리 하찮은 쇠조각이라도 쓸모가 있음을 이 세계에서는 가능하게 한다그의 눈에 들어오는, 손에 입수되는 어떤 쇠붙이 조각 한 개라도 쓰레기는 없다 그의 손에서 다른 상징으로 태어날 것이다 제작자는 폐품에게 생명의 힘을 불어넣는 신비의 마법사다그의 상상력에서 쇳조각이 용의 눈이 되고 비.. 더보기
관수정에서 청풍 호반에 날아갈듯 경쾌한 팔각 정자 하나 있어 관수정이라네 그 정자에 앉아서 마음이 고요해지면 이윽고 나도 청아한 바람이되고 잔잔한 호수가 되어 이런저런 세속의 번뇌마저도 토닥거리며 고개를 끄덕여 미소를 보낸다 성내지 않고 완고하지 않고 거역하지 않고 집착에서 벗어나 한 점 바람처럼 자유로워진다 영혼이 자유로운 바람은 떠나기 위해 쌓아두지 않는 법이라 산골에서 호수로 내닫고 치달으며 경계를 허물고 큰 하나의 명승이 되는구나 굳이 호수니 산이니 가릴 것도 없는 청풍호반이로구나 여기 지금 내가 있으니 나 또한 청풍호반이 아니더냐 온통 푸르고 청아하여 대동大同의 화합으로 평화롭구나 더보기
배론성지에서 배론성지의 단풍이 물들고 여러 종교적 기념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배론성지에서 십자가에서 처형을 당한 예수상이 지상에 내려져 있어 순례자들의 마음을 후벼판다 이 외지고 척박한 땅에 처음으로 복음을 전한 최양업 신부의 땀의 고행을 기억한다 유교적 신분 질서의 미명未明과 완고함에서 깨어나지 못한 조선에 하느님의 구원사를 전하고 신앙을 일깨우기 위해 피의 수난사가 따라야했던 아픈 역사를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본다 이 땅에 복음의 씨를 내리기 위해 순교자들의 선혈을 제단에 뿌려야 했던 고통과 슬픔이 영광으로 열매를 맺는다 하느님의 인류 구원을 위한 계획은 오묘한 신비와 지극한 사랑의 대서사다 하느님의 모습을 본따서 본래 선하게 창조된 인간이 죄악에 빠져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하게 되자.. 더보기
비봉산과 청풍호 비봉산 정상에서 조감하는 눈맛은 가히 절경이다 날지 못하는 사람들의 날개가 되어주는 케이블카가 공중 부양을 시켜 비봉산 꼭대기로 이동 시킨다 선인들은 산이나 강, 들과 같은 자연물에도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하고 비유법으로 작명을 하였다 영조靈鳥의 상징이었던 봉황이 하늘을 비행하는 산이라 하여 비봉산이라 불렀으니 멋스러움이 드러난다 높이 솟아있는 산을 명명하여 산마다 지닌 개성을 드러내고 산과 인간의 공존과 화합을 도모하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비봉산에 오르니 사방이 눈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낮은 골짜기마다 물을 채우니 산수가 어우러져 절경을 만들어낸다 물이 채운 바닥은 평평하고 위로 솟은 산은 저마다 높낮이가 다르다 산이 수반 위에 뜬 것 같은 상상을 한다 호수와 산이 어우러지니 땅과 물 즉 토와 수의 오행의.. 더보기
지팡이를 짚은 소나무 의림지 잔잔한 수면 그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한 소나무 허리가 굽어 지팡이를 짚는다 더보기
통영의 보름달 아래에서 이번 추석은 통영에서 보낸다 한 달이 다 되어가는 과거를 현재의 시제로 기술하는 것이 어법상으로는 틀리는데 나는 여전히 이런 수법을 선호한다 이 순간에 머무르고 싶은 욕망으로 의도적인 현재형으로 기술한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생명력이 없는 일이라 현재의 짧은 순간에 분출하는 설레임 같은 현실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아! 달이 밝네요 오늘이 보름에 가까운 날인 것 같네요"라고 하자 일행이 " 아니......오늘이 한가위 대보름달이잖아요" 라고 하여 내 정신을 좀 보라며 머리통을 두드리며 정신 나간 이의 시늉을 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달이 더욱 크고 둥글고 밝아 보인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날이 수퍼문이라고 한다 보름달이 통영의 밤거리 해안가를 산책하는 우리의 머리 위에서 비춘다 관광지의 오색 불빛들이 보름달.. 더보기
절묘한 공명 우연이 만든 절묘한 공명의 순간이 영원으로 더보기
통영 여행-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며 통영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관광의 포인트는 선인들의 호국 유적지 순례다 충열사, 세병관을 비롯해서 이순신 광장과 선상 투어를 통해 접하는 한산도와 임란 해전의 교전 지역이다 이 풍요롭고 평화로운 관광지, 예술과 문화의 땅과 바다가 상흔으로 얼룩져 있다 이곳을 탐내 야만적 침략으로 살상을 일삼았던 왜구와 사생결단을 하며 싸웠던 전쟁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며 끊임없이 경각심을 준다 우리가 누리고 살아가는 이 땅의 과거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힘 없는 나라는 백성들을 안락하게 해주기는커녕 목숨마저 유지하기 어렵다는 역사의 교훈을 일깨운다 세병관의 펄럭이는 깃발은 자신과 가족을 지켜내려는 결연한 의지의 몸부림이다 그리고 지휘 계통에 대한 소속감과 명령을 따르라는 준엄한 계율이다 반도의 백성들을 누란의 위기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