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의 즐거움

향일암 전각의 문 친구들과 여수 향일암에 오른다 1991년에 완공된 전각이라 전통이 깊은 사찰의 고색창연하고 중후한 멋은 없지만 어디 한 구석 흠결도 없이 완벽한 건축미와 단청으로 산뜻하고 화려하다 바닷가를 굽어보는 단애에 날아와 앉은 오색조처럼...... 향일암 관음전 문전(문살) 하나만으로도 여러 날 째 감상한다 전통 문살은 크고 무거운 문의 뼈대 기능을 하는 기하학 구조가 일반적인데 이 문은 구조적 기능만이 아니라 여러 폭의 그림이다 어설픈 솜씨지만 나무에 사찰뮨 문양을 조각해 본 경험이 있기에 이런 문 앞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보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기쁘고 배우는 기회도 된다 누가 조각했을까? 얼마나 많은 세월동안 합장하며 정성어린 작업을 했을까? 마치 문을 조각하는 예인의 모습을 상상하고 의문을 가지고 솜씨에.. 더보기
향일암 오르는 길 향일암 길 바위 위에 누군가 동백꽃 여러 송이를 모아서 길손들의 눈길을 따뜻하게 한다 아직 화색이 가득한데도 목을 꺾고 추락한 동백꽃이 안스러웠던 모양이다 동행이 한 마디 한다 낙화는 꽃이 아니더냐 더보기
청와대에서 살던 이는 떠나고 객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야단법석이다 지나고 보니 한 시절의 권세란게 허망한 꿈이다 이제 청와대는 원주인의 품으로 돌아오고 화려했던 권세를 추억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들어간다 청와대은 이제 어깨에 힘을 빼고 부라리던 눈울 온화하게 하고 목에 선 핏대를 가라앉히고 문을 활짝 열어 젖힌 채 두 팔을 절려 손님들을 맞이한다 아니 손님이 아니라 진짜 주인이다 이제 여기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우리 모두의 쉼터요 조국의 상징이자 자부심이다 더보기
광화문 현판을 올려다보며 광화문 입구에서 현판을 한참 올려다 본다 경복궁의 남쪽 정문에 처음 걸었던 사정문을 광화문으로 교체한 것이다 수 많은 백성들과 조정의 신하들이 이 문을 호칭하거나 넘나들 때마다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전해지는 하나의 메시지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이야 메시지가 범람하는 시대지만 당시에는 백성들에게 전할 수 있는 의시소통 수단이 별로 없었다 새 왕조를 세워 그 필연성과 당위성을 내세울만한 통치 이데올르기를 어떻게 만백성들에게 알릴 것인가? 매스미디오도 첨단 통신수단도 없을 뿐 아니라 한글도 창제되기 이전이 아니던가? 이러한 제반 환경을 유추해 볼 때 광화문이라는 이름은 아주 간결하고 상징적이며 미적 가치를 지닌 이 건축물의 이름은 매우 중대한 의미로 다가온다 조선 왕가인 경복궁의 정문으로 6백년 이상 인구에.. 더보기
금강산 수바위 금강산은 북한에만 있는 줄 알았던 나였기에 고성 금강산에서의 흥분을 자제하기 어렵다 " 아니.... 휴전선 이남에도 금강산이 있다고?'" 내 잘못된 인식을 한꺼번에 해소 시켜준 것은 신선봉이다 예사롭지 않은 풍광에 눈이 번쩍 뜨인다 산머리에 다채로운 경관을 담은 암봉을 관처럼 쓴 별유풍경이다 명불허전이라더니 과연신선들이 노닐만한 곳이리라 때마침 백설을 덮어써고 있었으니 과연 장관이로다 아쉬운 것은 달리는 차량에서 잠시 바라보는 일이다 조금 후에 화암사에 도착한다 근처에 있는 수바위는 장엄한 위용으로 내 감성을 단숨에 젖게 한다 거대한 수바위 몸체에 균열이 생겨 틈이 벌어지는 중이다 이미 일부는 파편이 되어 이탈했다 바위를 잘 조망하기 좋은 곳이라며 찻집으로 갔지만 문닫을 시간이라며 사절을 한다 아들은 모.. 더보기
현애 매화나무가 낮은 쪽으로 축 늘어져 꽃을 피우고 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한 마디 건넨다 운이 좋구나 아랫 쪽 곁가지에 불과한 처지인데도 본 줄기를 잘라 그 지위를 차지했구나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경계 아랫쪽이 낮은 길이라 공간을 보장 받았구나 그러나 중요한 건 주간을 톱질한 주인의 결단이지 심미적 눈이 없었더라면 현애형으로 바뀔 리가 없지 거참 멋스럽네그려 더보기
절벽의 그네 문학작품 속의 그네타기라면 단연 춘향전이 연상된다 양반집 도령을 연모하나 신분의 벽에 갇힌 묘령의 아가씨가 그네를 뛰며 담장 너머를 탐하는 본성은 얼마나 자연스러운 메타포인가! 여행 중에 해안 절벽에 설치한 그네 하나를 한참 바라본다 하얗고 긴 양쪽의 쇠기둥 끝에 매단 아름다운 빈 그네가 사유를 자극한다 제작자가 절벽에 설치한 까닭을 가만히 추적해 보는 것이다 물론 이 그네가 짜릿한 감각을 유발하는 놀이기구로 제작된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접근하지 못하게 닫힌 문과 묶인 끈은 위험하여 통제하고 있는 것이라기보다 상상력으로 타보라는 권유인 것 같다 좋아 좋아 고소 공포증을 가진 내가 가상체험을 하는 일이러면 머뭇거릴 일이 아니지 바다쪽을 향해 바닥의 판에 올라서 보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려 숨을 몇 번 .. 더보기
산으로 간 크루즈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은 지극히 상식적인 범위에서 유효하다 배는 물 위에 뜨서 운행하는 수송체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식의 틀을 벗어나는 것은 모험이고 무모한 도전이라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며칠 전에는 산으로 올라간 배에 오른다 조그만 나룻배가 아니라 위풍당당한 크루즈선이다 배 안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꿈을 꾼다 선수가 파도를 가르며 뱃고동을 울리고 미지의 항구를 향해 힘차게 나아간다 심하게 요동치는 중에 배멀미를 하며 정신이 혼미해지며 가상과 현실이 뒤범벅이 된다 여기는 정동진 절벽 위에 오른 크루즈선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