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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한옥의 명가 예루원 남원 광한루원과 담을 맞대고 있는 대형 한옥 건물인 남원 예루원에서 차를 마시다가 눈이 호사를 누린다 반가운 사람들과의 정담 중에도 시선이 건물 곳곳으로 분산됨을 어찌할 수 없다 건물에 입장하기 전부터 팔작지붕을 열십자형으로 겹쳐놓아 사방에 박공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한옥이 현대적 감각으로 새로운 변신을 하고 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건물에 들어서자 넓은 공간과 높은 천장이 주는 탁 트인 개방감을 준다 2층에도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는 탁자가 있다 창가에 앉으니 창문 밖으로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다 건물의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고주가 엄청나게 높다 민간 가옥으로서는 불가능한 구조다 남원시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뛰어난 명장들이 합작한 한옥의 명가다 더보기
강진의 펜션 - 바다목장 강진에 있는 바다목장펜션에서 이틀을 묵는다 강진만의 한 켠인데 몇십미터 앞이 바다의 갯벌이다 눈 앞에 툭 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남해 바다의 해안선 굴곡이 복잡하고 구불구불한 것이 동화의 나라 같기도 하다 앞에 자그만 섬 하나가 마치 떠 있는듯 하다 강진에는 유난히 구경거리가 많다 인접한 완도까지 가는 거리도 가까워 좋다 숙소가 수수하지만 큰 불편이 없다 더보기
유홍초 강진만의 한 펜션에 이틀을 머문다 유홍초 덤불 속에서 피어난 앙증스런 꽃들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주인은 유홍초가 온 식물들을 감싸서 무성하다고 지긋지긋하다고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그것은 또한 더불어 사는 공생과 화합이기도 하다 잘 여문 꽃씨를 받아서 뜰에 뿌려주려고 한다 문득 스쳐가는 생각 하나가 있다 생명은 살려는 것의 의지다 (블친께서 이 종은 새깃유홍초라고 알려주신다) 더보기
일두 정여창 고택을 방문하며 함양 지곡의 일두 정여창 고택을 둘러본다 무더운 날인데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다 개평리는 풍천 노씨,하동 정씨, 초계 정씨들의 세거지인 양반촌이다 한옥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후손들의 자구적 노력과 행정적 지원에 힘 입은 것이다 우리의 정신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위대한 전통의 산실이자 선비의 고장이라는 함양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인물 일두 선생이다 조선 초기의 문신으로 뛰어난 학문과 애민의 인품으로 유생들의 존경을 받았던 분이다 동방의 18현으로 문묘에 제향된다는 것만으로도 인물됨을 가늠할 수 있다 함양의 지방 사학자인 내 친구 홍곡이 침이 마르게 자랑하는 분인데 솟을 대문 앞에서 한참을 머문다 5개의 정려편액을 바라보며 이 가문의 권위와 자존에 고개를 숙인다 충신, 효자, 열녀를 배출한 것은 .. 더보기
소나무 전지 엄천강변 와룡대 바위에는 많은 소나무들이 바위 틈새로 뿌리를 내려 낙락장송이 되어 있다 용의 비늘이랄까? 용의 등에 올라타고 비상을 꿈꾸는 것일까? 용이 승천하지 못하게 지상의 인연으로 옭아맨 것일까? 와룡대라 명명한 향인 선비들의 미화에 대응한 내 상상이다 어쨌던 장한 소나무들이고 사랑스럽다 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바위와 나무와 강이 연출하는 경관과 전설, 신화 등의 인간과의 얽힌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침 톱과 가위가 있어 텐트 앞 사선형으로 자란 소나무 한 그루에 올라가 전정을 해 준다 더벅머리를 한 나무의 죽은 가지나 역가지를 잘라주니 준수한 용모로 변신한다 우리에게 캠핑 장소가 되어준 와룡대에 대한 경의요 체류에 대한 보답인.. 더보기
엄천강변에서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알람소리가 엄천강을 건너 텐트 속으로 울려온다 지리산 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세력을 만들어 마천을 거쳐 산청으로 흐르는 강은 장도에 오른 순례군답게 위세가 대단하다 간밤에도 쉬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 흐르며 대업을 향해 진군을 한다 어디로 갈지를 정해 놓은 것이라기보다 낮은 곳을 향해 한 걸음을 떼는 것인데 수 천 수 만의 행렬은 질서정연한 군기에 한 치도 어긋남이 없다 대도를 따르는 이 순례의 일정은 한 번도 거스른 적이 없는 자연의 흐름이다 참되고 참되구나 목청을 돋운 닭 울음이 재차 울려온다 바닥이 차지만 잠을 못 이룰만큼은 아니다 2박3일의 캠핑을 마치고 오후쯤 귀가하려고 한다 더보기
윤선도 원림에서 보길도 윤선도 원림을 둘러보는 길에 길가에서 만나는 풍경 하나 작은 돌을 모으고 목을 떨구고 낙하한 동백꽃 몇 송이를 모아서 만든 즉석 이벤트 다른 꽃들은 잎을 하나씩 떨아드리는데 목을 꺾는 연유를 모른다 낙하한 꽃송이는 생시와 다름없이 붉은 열정이 가득하다 그런 동백을 추모하는 것인지, 안스러워하는 것인지........ 누군가 보지 않아도 그가 따뜻한 품성과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윤선도나 이 정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이보다 내게 주는 감동이 크다 더보기
명사십리 해변 완도 신지의 명사십리 해변에 있다 여러 해수욕장을 다녀보았어도 이렇게 고운 모래 해변을 보지 못했다 모래 입자가 매우 작아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파도 소리도 섬세하고 곱다 몽돌해수욕장의 기백이 넘치고 우렁찬 청년들의 코러스가 아니라 미려하고 섬세하고 우아한 소녀들의 코러스다 명사십리라는 표현을 들어보았지만 뜻을 몰라 밝을 명자인가 했더니 울명자였다 (明沙十里 ~ 鳴沙十里) 한자로 알아보는 습관을 따라 검색을 해보니 明沙十里는 원산 갈마반도의 해수욕장의 별칭인데 모래의 밝고 깨끗한 입자에 주목한 것이다 鳴沙十里는 완도의 해수욕장의 별칭인데 모래의 입장에서 모래가 밟혀서 사각대는 소리가 울음 같다는 것인데 매우 서정적인 표현이다 전자가 사실적, 객관적, 과학적이라면 후자는 감성적, 주관적, 문학적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