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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어떤 거울

 

 

 

바보같은 거울이 있었네

제 얼굴에 비치는 것은 모두 자기라고 믿었네

 

 

아릿다운 미소 머금은 백설공주가 되어

온종일 다듬고 가꾸며 행복에 취했네

물방울처럼 투명한 다이아몬드가 되어

사람들의 우상이 되어 우쭐거렸네.

 

 

제 얼굴에 비치는 것을

모두 자기라고 믿고 또 믿었던

거울에 아무 것도 비쳐지지 않은 때가 있었네.

너무 두려워서 눈을 감아 버렸다네.

 

 

어느 날 누더기를 걸친 주름진 노파가 나타났네.

거울은 믿지 않았지만 그건 사실이었네.

백설공주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네.

물방울 다이아몬드도 나타나지 않았네.

거울은 사흘 밤낮을 울었다네.

 

거울에 떨어진 눈물 몇 방울을 보고

그제서야 거울은 진실을 찾았네.

가난하고 늙은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나네.

 

 

 

(사진 : 남완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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