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 시대 최후의 돈키호테
격정은 용암처럼 끓어오르는데
이 땅 이 시간에 초점 맞추지 않고
마구 분출하는 활화산
너는 어디서나 영원한 집시
궤도를 떠난 떠돌이별처럼
어떤 것도 널 붙들 수 없는 이방인
발작하는 삶의 편력
너는 오묘한 어릿광대
형형색색의 분장, 천의 얼굴에 넘나드는
어릿광대의 우스꽝스러움과 햄릿의 고뇌
극과 극을 달리는 자재(自在)와 무애(無碍)와 혼돈
너는 꿈을 향해 가는 아폴로
때론 평탄한 길 돌부리에 넘어지면서도
저 높은 구름 위를 불마차 타고 달리는 전사
이상과 거룩함으로 질주하는 잔다르크
너는 미지의 자아를 향해 가는 순례자
신기루처럼 떠오르는 정체를 찾아서
하루살이 불 속에 몸 던지듯
우주선 타고 신비의 땅으로 가는 탐구자
너는 도취된 시인
네 시를 농축시키면 남는 건
사람, 삶, 자연 세 첩
더 끓여 약탕기에 눌어붙은 것은
바로 ‘나’
(사진: 얍복나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