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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홍도야 울지마라 오빠가 있다 - 멜로드라마의 추억

텔레비전은 마법의 상자다.

오늘도 여인들은 드라마를 보며 분개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환호한다.

삶의 지루함과 단조로움을 잊기도 하고 재미와 즐거움을 누리기도 한다.

인기 드라마가 여인들의 화제로 등장하고 안방은 극장이 되고 연극의 무대가 된다.

 

 

 

나는 지금 노래 한 곡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1930 년대에 황순덕이 부른 <홍도야 울지 마라>가 벌써 내 눈물샘을 자극하는 최루가가 된다 

이 노래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일제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멜로드라마의 주제곡이다.

요즘 텔레비전의 멜로드라마의 원류인 셈이다.

 

거리에 핀 꽃이라 푸대접 마오

마음은 푸른 하늘 흰구름 같소

짖궂은 비바람에 고달퍼 운다

사랑에 속았다오 돈에 울었소

 

 

멜로드라마는 슬퍼야 제 격이다.

멜로드라마의 최대 무기는 눈물이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림으로써 카타르시스 하는 것이다.

1930 년대에 권번의 기생들이 몰려와 연극을 보면서 눈물을 쏟아낸 유명한 비화가 있다.

자신을 홍도란 여주인공과 동일시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박복하고 고단한 삶을 위로받고 치유받고 싶었던 것이다.

 

 

멜로드라마는 사랑과 가정사를 둘러싼 비극을 다루면서

관중들을 그런 상황에 몰아넣기 위해 비극적 정서를 과도하게 조성하고 슬픈 결말로 이끌어 간다.

그렇게 때문에 드라마의 전개 과정은 우연적이거나 비약이 남발되고

과장된 연기와 극적인 장치가 도입된다.

 

 

대중극은 그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한다.

인기를 누리기 위해서 대중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도 한다.

피드백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요즘 드라마에서도 이런 시청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스토리의 결말을 대중의 요구나 기호에 영합하기도 한다.

대중극은 보편적 가치나 이념을 제시하거나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식보다는

정서적 동일시와 카타르시스 효과를 강조한다.   

 

 

 

이런 멜로드라마가 인기를 끌던 시기가 광복 전후이다.

희망 없는 시대, 무기력하고 억압된 사회 분위기

특히 1950년대는 비극성과 염세적 분위기가 지배하던 시기여서

멜로드라마가 전염병처럼 퍼져 나갔던 것이다.

특히 가부장제의 그늘에서 체념과 절망과 무기력과 좌절을 겪던 여성들을 달래주었던 것이다.

한의 정서를 표출하는 문화적 공간에 열광했던 것이다.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 

80여년 전의 암울한 식민지 상황과 전후의 망연자실한 한국 사회에 드리운 암운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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