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에 나가서 알루미늄 지게 한 개를 사왔다.
초부(樵夫)의 삶에 대한 체험을 하려는 것이다.
사실 지게질을 해 본 것이 청년 시절에 가끔 호기로 몇 번 해본 일 밖에 없지만
전통 농경사회에서의 가장 흔한 노동의 한 방식을 은근히 즐겨보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고장에서는 사락(四樂)이라고 하여 농상어초(農桑漁樵)를 내세웠던 것이다.
농사짓고 누에를 기르며 고기를 잡고 나무를 하는 즐거움인데 어찌보면 고역일 수 밖에 없는
노동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풍류와 낙천적 기질이 엿보인다.
지게질은 천역일 수 밖에 없다.
농로가 없던 시절에는 농사일에 필요한 운반 수단이 지게 밖에 없었으니
지게질이 지긋지긋할만큼 힘들었던 것이다.
부모님은 자식들에게만은 지게질을 하지 않게 하려고 문전옥답을 팔아 자식들을 공부 시키려고 했었다.
나도 그런 부모님을 만나 지게질을 하지 않으려고 대학을 나오고 덕분에 교원으로 반 평생을 살아온 것이다.
이제는 연금생활을 하면서 지게질을 하지 않아도 되건만 지게질이 오히려 그리웠던 것이다.
예전에 아버지가 해 온 나뭇짐 속의 진달래가 몇 송이가 내 무의식에 저장된 것일까?
청솔가지의 송진 내음에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일까?
지게를 세워놓고 땀을 식혀주던 시원한 바람결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딱히 나무가 필요한 것도 아니지만 지게에 나무 토막 몇 개라도 얹어오면서
지게질에 숨을 헐떡 거려보고 쉬면서
바람의 고마움을 누려보고
옛 추억을 떠올려보고 싶은 것이다.
하루에 참나무 토막 한 개씩만 지고 오기로 한다.
한 달이면 30개가 되니 표고버섯 종균을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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