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을 온 몸으로 누리는 꽃나무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남천을 제일의 후보로 내세우리라.
봄에 여리디 여린 연둣빛 새 순이 몸통에서 뻗어나오는 장면을 보면 새 생명의 환희를 엿보게 된다.
여름에는 하얀꽃이 피어나며 잎은 짙어지고 왕성한 생명력으로 자란다.
가을에는 붉게 물들어가는 잎과 줄기를 바라보며 따로 단풍 구경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겨울에는 더욱 장관이 기다리고 있으니 작고 촘촘하게 붙은 붉은 열매들이
한겨울의 황량한 뜰을 보석처럼 밝혀준다.
남부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랴!
그 이름마저도 남천(南天)이라 그 얼마나 남국의 하늘을 사랑한 꽃나무인지 알만하다.
일본 교토의 외곽의 치쿠린으로 유명한 아라시야마에 갔을 때 가정집 대문 옆의 손바닥만한 빈 공간을
몇 그루의 꽃나무에게 내어주었으니 바로 남천과 동백이었다.
일본인들이 얼마나 빨간색을 좋아하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일장기가 연상되어졌다.
일본인들은 남천(南天)을 남천촉(南天燭)이라고도 부르는데
열매가 달린 모양이 빨간 촛대를 세워 놓은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 밖에도 잎이 대나무를 닮았다고 하여 남천죽(南天竹)이라고도 부른다.
일본에서는 남천(南天)을 '난텐'이라고 읽는다.
'어려움(難)이 변하여(轉) 복이 된다'는 의미의 난전(難轉)과 발음이 같아서 생긴 이름이란다..
이 때문에 '전화위복'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일본인들이 이 나무를 좋아하는 구체적 이유가 드러난다.
겨울에 내 뜰을 화려하게 수놓는 남천의 붉은 열매는 한겨울의 로맨스다.
이 뜰은 남천 몇 그루로 인해 남국의 정염을 추억하며
겨울의 황량함을 달래고 고적함을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