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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느티나무 한 조각으로 읊은 시심

 

 

     물구나무                     


 

미라가 된 나무 시신 한 구

인연이 다한 것인지 제 전생 장대했을 몸뚱이는 거의 잃은 채


물구나무서듯 거꾸로 서 있다.


 


남은 육신 한 조각, 그 작은 얼굴 표정을 가만 따라가 보니


깊은 이마 주름을 헤드랜턴으로 감추고

                                                                               


차갑고 음습한 곳으로 파고들던 모세 혈관 같은 실뿌리가

평생을 일한 것인지 굳은살 손마디 마디에 쌓인 석탄 가루


파리한 얼굴에 묵은 기침을 콜록거리며


지하 갱도 수백 미터로 내려간 한 늙은 채탄 광부가 보인다.


  


소망을 향해 자라는 작고 푸른 잎사귀들의 투정으로


마침내 제 몸이 길이 되어 물이 흐르고 젖이 흐르던........


나는 고작 흙투성이 얼굴의 땀 한번 닦아주었을 뿐인데

  


그가 화답하는 건

 ‘한 생 건너 이제는 텅 빈 하늘에 뿌리 내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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