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을 홈빡 뒤집어 쓴 나무 한 그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무 틈새에서 자라던 어린 나무 한 그루를 5년 전에 산채해 온 나무 한 그루,
노간주를 이곳 사람들은 노송나무라고 한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서는 일조량이 부족하여 말라죽기 쉽고 살더라도 수형이 안좋기 쉬운데
이주를 한 이 나무는 발육 상태가 매우 좋다.
마치 핫도그 모양 같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무 한 그루도 가꾸고 돌보다 보면 어찌나 정이 들고 소통을 하게 되는지를 알게 해 준
나무 중의 하나다.
밤에 랜턴을 들고 밝은 불빛으로 조명을 비추면서 무대 위에 선 배우처럼, 요람에 든 아기처럼
세심하게 보살피던 날들이 수없이 많다.
내 일방적 사랑이라기 보다는 나무가 나에게 주는 기쁨과 충족감으로 서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나무는 저마다 독특한 모양과 성질을 지닌 개성적인데다 생명체로서의 고귀함이 풍겨진다.
훤칠한 키에 쭉 곧은 등줄기를 펴고 수많은 잔가지마다 바늘 같은 잎을 달고 있다.
사철푸른나무의 의연한 기상을 잃지 않고 무사처럼 우뚝 서서 감히 범접을 못하게 하는 나무다.
노간주는 분재를 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나무다. 어지간히 악조건이 아니고서는
곧은 제 성품을 바꾸어 현실이나 상황에 쉽게 영합하지 않는 올곧음 때문이다.
한 해가 다르게 하늘로 솟구치는 힘이 이 나무의 호연지기를 드러내는지 우리 집의 수호목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주택 입구에 심기를 잘했다.
내년 봄에는 뒷산에 어슬렁 거리다가 한 그루 더 옮겨 심어 친구 한나를 만들어 주고 싶은 충동이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