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 찬 바람이 불고 수은주가 움츠리고 있을 때 주물 난로의 온기는 겨울의 낭만이다.
여럿이 있으면 저마다 정담을 꺼내며 추억 한 자락을 펼쳐낸다.
발그레진 볼처럼 훈훈한 이야기들도 난롯불처럼 피어오른다.
난롯가에는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
토닥토닥 타는 소리와 투명 유리 너머로 보이는 불꽃 때문이다.
소리와 율동을 겸한 장작의 퍼포먼스랄까!
한참을 앉아서 바로보면 그 안에는 성스러운 느낌마저 전해온다.
한 생애의 마지막을 뜨겁게 불 태우는 것이 마치 다비(茶毘) 의례 같기도 하다.
제 몸을 태우며 무의 공허 속으로 안식하는 종말의 불꽃은 성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저 화려하고 로맨틱한 율동, 밝은 빛, 치열한 몸짓은 우리를 사색에 들게 한다.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 말라는 시 한 귀절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