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루 새때들이 몰려다니며 이리 저리 비행을 한다.
그 의미를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새들의 비행은 자유롭고 낭만적이다.
호수를 폴짝폴짝 건너뛰는 돌팔매처럼 새들이 창공의 징검다리를 건너뛴다.
겨울비가 내린다.
며칠 전 내린 희끗희끗한 잔설을 녹이며 음울하던 스산한 뜰을 적신다.
빗방울로 남천의 홍엽은 더욱 붉어지지만 대나무 잎사귀 같은 사사의 잎은 데쳐놓은 배춧잎처럼 생기라고는 없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아직 멀기만 하구나!
외출을 하려던 마음을 접는다.
요긴한 일도 아닌 것이라 이런 날은 텅 빈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피워보려 난롯불을 지핀다.
여러 날 째 펼쳐놓은 유인물들을 죄다 쓰레기통으로 집어넣는다.
배달된 각종 고지서 나부랭이들도 몽땅 정리를 한다.
이런 날에는 클래식 음악이 제 격이다.
클래식 음악의 선율과 떠오르는 상념들과 난롯불의 온기로 내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누구와의 약속도 없는 이런 날은 한가하고 자유롭다.
자발적인 고독에 드는 것이다.
고독은 치유해야 할 마음의 병이 아니다.
고독은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진 약자들의 도피처가 아니다.
주체로서의 자신을 꿰뚫을 수 있는 에리한 통찰의 바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