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온 응원단 수백 명이 연일 화젯거리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입고 온 의상이며 용모며 응원 퍼포먼스에 음식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침을 삼키고
매스콤은 대목장에 나온 노점상처럼 목청을 드높이며 떠들어댄다.
남들이 그런다고 나까지 덩달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고 싶지 않다.
나라고 굳이 미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지만 나의 미적 기준은 좀 다르다고 외쳐보고 싶은 것이다.
남들은 옷과 얼굴을 보지만 나는 그 이면에 숨겨진 배경이나 의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응원단에 미녀를 보내는 착상부터가 내 비위에 거슬린다.
용모를 어떤 목적에 봉사하려는 수단적 가치로 여기는 내 생각이 편협할지 모르지만......
왜 하필 날씬하고 예쁜 여성을 골라서 뽑는가? 그것도 미혼 여성을.......
남쪽의 남성들이 선호하는 기준에 적합한 여성을 뽑기 위해서 엄청 높은 경쟁을 겪었을 것이고
뽑힌 자의 영광 뒤에는 탈락한 자들의 서러움은 없었을까?
신체적 용모는 선천적인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는 우연에 의한 것이기에 개인적 의지나 노력과는 무관한 운명적 소산이다.
김연아 선수가 세인들에게 숱한 감동과 영광을 준 것은 그녀가 미인이어서가 아니라
노력으로 성취한 세계 제일의 피겨스케이팅 선수였기 때문이다.
정치적 고려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적 조건을 전혀 무시한 가정이지만,
예를 들어 북녘에서도 오지에 사는 남녀 어린이들을 추첨 형식으로 뽑아서 예쁜 옷을 입혀 보내면 어떨까?
그들이 깜찍하고 순수한 말과 몸짓으로 응원을 한다면
기계적이고 조직적인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니어도 깊은 감동을 주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낭만적인 휴머니즘은 분단과 핵전쟁이라는 다급하고 가혹한 현실에서는 환상과 같은 것이다.
남쪽의 뭇 남성들의 잠재된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해 인기가 없을 것이고
따라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겼을까?
그리고 그런 어린이들은 응원으로 뭇 시선을 집중시킬만한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긴 것일까?
예전에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라는 이벤트의 인기가 엄청났었다.
그러나 미적 기준의 문제와 여성의 상품화라는 반대 여론에 지금은 시들해지고 말았다.
미스코리아에서 선발된 얼굴과 몸매가 과연 최고의 미인인 것인가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찬성하지 않는 것이 갈수록 대세가 된 까닭이다.
키가 커야지/ 마음이 착해야지/교양이 있어야지/얼굴이 계란형이어야지, 아니야 달이어야 해/
피부가 백설처럼 희어야지 아니야 건강한 색이어야지 등의
일치되지 않는 기준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미녀 응원단은 응원이라는 명목으로 선발된 미스북한 여성들인 것이다.
여기서 선발되면 분단된 남한 사회를 방문하여 시선의 주인공이 된다는 꿈을 이루고
또한 선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혼인에서 엄청난 프리미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녀들을 뽑아서 개인적인 욕망이나 국가적인 목적을 위한 정치선전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다.
인간과 사물은 세계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그 자체로 고유하고 소중하여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교환이 가능하자면 지시 대상이나 등가물(等價物)을 가져야 한다
심청은 효도를 하기 위해 인당수에 제물이 되었다.
그런 심청을 그 시대는 효도라는 이데올로기로 합리화하며 추켜세웠다.
사람의 생명과 효도는 절대로 교환할 수 없는 것을 맞바꾼 것이다.
키가 크고 몸매가 날씬하고, 얼굴이 대체로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는 타입이라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춘 특정한 사람들을 선발하여 특정한 목적을 위한 데 투입하는 것에 찬성하지 못한다.
미녀 응원단이 남한 올림픽에 온 이 사건을 나는 마냥 즐기지만은 않는다.
호기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때론 삐딱한 눈으로
껄끄러운 논리로 편협하다고 여길지도 모르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유감을 표한다.
남성 중심 사회의 한 단면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교묘한 미인계를 통한 정치적 목적의 도구라고
인간성을 거스르는 불가능한 교환이라고
일종의 계책이고 거래인 현대판 조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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