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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진정한 선물 - 나무로 만든 자동차

미소 짓는 얼굴이 최고의 공양이라는 말이 있지만

선물은 타자(他者)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윤활유다.

부모와 자녀가, 사랑하는 연인끼리, 정다운 친구끼리, 은혜를 베푼 은인에게 주는

선물은 정성과 감사의 표시오, 조화로운 관계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물에는 함정이 있는데 자칫하면 뇌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급부(反對給付)를 바라고 주는 청탁의 미끼로 사용되었다면 그것은 선물을 가장한 뇌물이다.

예나 지금이나 수 없이 되풀이 되는 매관매직, 승진, 취업 청탁 등은 고질적인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며 범죄로 가는 지름길이며 유혹이다.


 

아름다운 선물은 우리를 감동케 한다.

어떤 이는 애인이 준 호두 두 알을 손에서 굴리며 사랑을 확인했다고 한다.

메시는 자녀의 빠진 치아를 귀걸이로 걸고 다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선친이 직접 만든 나무 자동차였다.

십년 만에 첫아들을 얻은 선친은 둥근 바퀴가 달린 사각형 나무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톱질이나 자귀질을 수없이 반복하며 아들에게 주는 선물을 땀으로 완성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에 나를 앉히고 줄로 끌며 즐거워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을 누렸을 것이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그 자동차의 가치를 나는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직접 목공예를 해보고, 인문학을 통해 산업자본주의의 폐해를 알아가는 지금에서야 생생하게 깨닫고 진정어린 감사를 드린다.


 


우리는 선물이란 것이 당연히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비싼 선물이 당연히 값진 것이라고 여기며 값비싼 선물을 주고 받기를 좋아한다.

산업자본주의에 포획된 소비사회의 한 단면이다.

그래서 선물의 진정한 의미가 상실되거나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00데이라며 무슨 기념일이 그리도 많은지........,

환한 불빛이 어부가 설치한 집어등인지도 모르고 몰리는 오징어떼처럼

호화찬란한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신제품 선전 공세에 포로가 된 소비자이다


 


산업자본주의자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들은 모두 교환할 수 있다고 여긴다.

모든 물건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선친의 나무 자동차는 나무와 부속품의 재료값에다가 목수의 하루 일당을 더하면 합리적인 가격이 나온다고 철석 같이 믿고 있다.

매우 합당하게 여겨지는 이 논리는 매우 중대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

비록 기술이 부족하고 완성품도 조잡할지 모르지만 한 아버지가 자식에게 주기 위해 만든

생생한 체험의 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능숙한 기능을 가진 목수는 성능이나 미관이 좋은 나무 자동차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더 많은 이윤을 남기게 된다.

그래서 재료를 더욱 싸게 구입하여 이윤을 많이 남기는 나무자동차를 가급적 많이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선친은 산에 가서 나무를 잘라서 말리고 켜고 깎으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땀 흘리고 정성을 기울여 만들었을 것이다.

그 자동차에는 선친의 영혼이 배인 그래서 다른 것과 견주거나 바꾸지 못한 오로지 오로지 아들을 위한 전용차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산업자본주의자들은 나무 자동차 한 대에 깃든 개별적인 땀이나 정성 따위는 깡그리 무시한다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개성적이고 고유한 것의 가치는 사물을 교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내 나무 자동차는 지금 어디에서도 살 수 없다.

비슷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선친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 선물은 사고 팔 수도 없다.

그 선물은 아버지와 자식 간의 관계를 상징하는 특별하고 고유한 물건으로 상징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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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비싼 보석, 자동차, 소위 말하는 명품에 취해 있다.

선물을 통해 교환가치와 기호 가치를 덧붙임으로써 진정한 선물의 의미를 망각한 채 물신주의의 광신도가 되어 있다.

산업자본가들은 자기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물에다가 기호 가치를 부여했다.

그것을 가짐으로써 부자로 비쳐지거나 신분 상승의 상징으로 여겨지게 했던 것이다.

고급 제품 소위 말하는 명품을 만들어 그런 허영심을 충족하도록 교묘하게 설득을 하는 것이다.

대중적 스타를 고용해서 광고를 만들어 미디어에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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