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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거미의 베틀가


  

거미는 독특하고 효과적인 사냥의 명수다

덫을 사냥감의 통로에 설치하고 때를 기다린다

길목의 협로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오랜종족의 경험으로 터득하고 발전시킨

노하우를 유전자에 담아 후세대대로 전하고 있다




거미는 맹수처럼 직접 사냥감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은밀한 곳에 위장으로 그물망을 설치하는 간접적 사냥을 한다





녀석의 그물망은 체액을 분비하여 직접 짜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이다

거미는 직조의 명수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직조능력이 이만하랴

거미는 스스로 베틀이 되고 북이 되고 실이 되어 한 코 한 코 를 엮어간다

눈에 보일말락한 실로 그물을 공중에 투하하는 솜씨는 노련한 장수요, 정교한 기술자오 아름다운 예술가이기도 하다



 


나는 거미들의 베틀가를 듣는다

 

하루의 양식을 얻기 위해 베틀에 앉아보세

욕심으로 지은 그물은 쉽게 망가지는 법

무심한 마음으로 은밀하게 짜야 한다네 

 


씨줄과 날줄을 엮기 위해 신기를 발휘하세

우리가 걷는 길이 비뚤어지지 않아야 하네

전후좌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아야하네

균형과 조화는 우리의 미덕일세



그물코 한 군데도 헐겁거나 끊어지지 않아야 하네

천의무봉의 진수를 전수해 준 선조의 후예다워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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