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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뚱단지 같은 말

  

돼지감자를 캐다가 농을 걸었다

어이 뚱단지! 하고 큰소리로 부르니

눈알을 몇바퀴 돌리더니 정색을 하고 되묻는다

놀리는 거요?

아....아닌데 그건 오해란 말이요

누구를 바보로 아시나요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못생긴 사람을 뚱단지라고 하지 않소

그건 그렇소만......

게다가 느닷없는 말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할 때 뚱단지 같은 소리라 하지 않소?

미안하오 변명할 생각이 없구려

 


돼지감자라고 부르는 건 어떻소?

그 호칭에도 사람들의 오만과 우월의식이 깔려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오

알이 굵고 껍질이 매끈하고 영양가 높은 감자는 인간의 먹거리이고

우리처럼 아무데서나 자라는데다 울퉁불퉁 못생긴 것은 아무거나 주는대로 먹는

돼지의 사료로 여기는 것이 아니오?



 

우리 종족을 이렇게 비하하고 희롱하는 사람들에게 이 속내를 털어놓아아겠소

우리 선조의 선조 때부터 전해져 오는 유전자는 오랜 세대를 거쳐 전승하는 것이기에

미소하지만 변하지 않는 철칙이자 유훈이 있답니다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라는 것이지요 그 사랑의 바탕에는 자존으로 충만하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존재는 어떤 식물도 결코 우리를 대체하거나 바꿀 수 없는고유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가치를 사람들의 자의적이고 일시적이며 실용적 기준으로

우리의 존재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폭력이 아닐 수 없답니다

 


우리는 우리들만의 dna를 가지고 있어요 그 고유한 특성은 어떤 유일무이한 천부적인 것이랍니다

우리는 선조들의 그것을 물려 받았고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존재의 가장 본질적 사명이랍니다

우리의 이름을 그렇게 부르는 것은

사람들의 일이라 서운할 일도 아니지만 우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피우는 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외면하지 말고 담담하게 바라보기를 청합니다


보세요

그렇게 푸대접했던 우리에게서 놀랄만한 약효가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에게 미안하지도 않았나요?

여러분이 늘 옳고 정당한 것은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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