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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다락논

 

경사진 언덕에 스쳐가는 물을 머물러 있게 할 수 없을까?

귀하디 귀한 물을 고이게 하여 벼를 심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지상 천국을 만들 수 없을까?

한 뼘의 땅에 한 끼의 밥이 나올 수만 있다면 온 기력을 쏟아 부을텐데

 

비탈에 물이 고여 찰랑찰랑하다

필요한만큼만 채우고 아래로 흘려 보내니 절제와 무욕의 화신이로구나

다락논 안에서는 위 아래가 없이 가장 수평적인 세상이다

물만한 수평자가 어디 있으랴!

다락논이야 넓어봤자 어린애 낯짝 크기지만 제 분수에 만족하니 화평한 미소 넘치는구나

 

지나는 길손이여!

걸음을 멈추고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나

미술관이 따로 있다던가?

여기가 바로 민족의 삶의 미술관이라네

불국정토가 따로 있다던가?

여기가 바로 지상의 낙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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