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후 여러 풀들이 뒤엉킨 틈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풀이 있다
<달개비>라며 이름을 부르자 맑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응답해 온다
나를 바라 보는군요
부지런한 농부는 아무데서나 코를 쳐박고 살아간다며 우리를 뽑아내 내팽개치곤 하지요
이 하찮은 풀에 머무는 님의 시선이 정겹군요
보시다시피 쏙 들만한 늘씬한 몸매에 화려한 얼굴도 아니랍니다
땅으로 기며 다른 풀들 사이에서 억척같이 살아가지요
우리는 늘씬하고 화려한 모델이 아니라 산골에 사는 이름없는 선남선녀 같은 풀이지요
우리는 다른 풀들과 비교하지 않는답니다
우리는 강한 생명력을 최고로 여기며 대대손손 유훈으로 전하지요
우리만이 지닌 고유한 특성과 색깔과 형상은 존재의 모든 이유랍니다
우리 곁에 잠시라도 머무시니 기쁘고 고맙군요
청아하여라!
억척같은 근성을 지닌 줄기, 싱싱한 잎과 작고 예쁜 꽃을 피우는구나
너로 인해 이 마음에 이는 존재의 충만함에 미소를 보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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