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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북돋우다

밝고 맑은 아침 기운을 받으며 밭을 둘러본다
이른 아침의 새소리는 더욱 기름지고 요염하다
전원의 교향곡을 연주하려

신은 이 많은 악기들에게 생명을 불아넣은 것인지.....

땅콩이 노란 꽃을 한 개씩 피우기 시작한다
낙화생이란 말이 떠올라
옳지 
너를 북돋아 주어야겠구나

어디 보자꾸나
온화한 낯빛으로 땅콩의 눈동자며 행색을 천천히 살펴본다
사랑이란 대상을 향한 선의다
목 마를 때 물을 주고 병이 들 때 약을 주고 성장에 방해를 받을 때 돌보아주는 것이지
대상이 본래 지닌 특성을 알고 잠재성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리라

잡초를 뽑아낸다
미안하지만 여기는 땅콩의 땅이란다 네가 있을 곳이 아니라 그렇단다
뿌리 내린 주변을 맛사지하듯 주무른다

굳어진 흙을 뒤집어 부풀게 하고 돋운다

땅에도 바람이 잘 통해야 전신이 건강해진다며 손가락들을 격려한다
잘 자라야 한다며 머리를 쓰다듬고 어루만지는

스킨십은 사람에게만 통하는 것은 아니리라
애정어린 손놀림으로 뭉친 흙은 풀어주고 돌멩이는 가려내니 흙은 부드럽고 곱다
주변의 흙을 긁어모아 이불처럼 도톰하게 덮어준다

진정한 성장과 발달은 개체 자체의 성향과 의지에 달려있다
북돋우는 것은 단지 선의를 가지고 조력하는 것일 뿐이다
매일 아침마다 밭을 둘러보며 사랑스러운 것들이 자라는 과정을 살피는 것이

수확이라는 이기적 목적만이 아니라

자연과 소통하며 열린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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