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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쉬지 못하는 밭

감자를 캐내고 곧장 들깨 모종을 심는다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어린 모종이 뿌리를 잘 내리도록 하고 싶어서이다

밭은 그러는대로 따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포실포실한 감자를 몇 아름이나 듬뿍 출산한 산모를 장시도 쉬게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생명의 땅을 너무 혹사시킨다는 자책감이 생겨난다

마음이야 몇년에 한 번은 휴경을 해 주고 싶지만 언감생심에 불과하다
키높여 자라는 풀들을 방임하는 관용의 미덕은 커녕
깔끔함의 편벽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지 모른다

도는 늘 단정하지 않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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