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앞에 앉아있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드문드문 자라고 있다
특별히 화려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매우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국인들의 동심의 뜰에서 동요를 양분으로 자라는 꽃이다
연분홍 잎사귀 몇 장이 암수술 신방을 둘러싸 향기를 발산한다
꽃이 진 자리는 허망하지 않으며 결실을 이룬다
이미 오묘한 합방을 끝낸 줄기의 아랫쪽은 휘장을 걷고 문을 봉한 채 영생의 꿈을 꾸는 중이다
부드럽지만 실하다
절묘한 때를 기다리며 스스로 다짐하고 충실하려는 것이다
다닥다닥 붙은 씨방은 줄기의 발사대에 장착된 자연위성이다
잘 여문 씨앗 한 톨을 감싼 위성 내부에 고조되어 가는 열기로 압력이 충전되는 중이다
미지의 신천지로 떠나기 위한 신비의 여정이 무르익어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