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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나이롱 뽕

화투놀이가 민간에서 인기가 많은 것은 그럴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주는 짜릿한 재미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서넛이나 대엿 사람이 둘러 앉아서 어울려 노는 즐거운 놀이판이다
쉽게 배울 수 있는 규칙과 개인간의 다양한 차이와는 상관없이 게임에만 몰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재미가 내재된 까닭이다
일년 열두 달을 상징하는 모두 열두 종의  그림딱지와 한 종류마다 두 장의 알맹이와 두 장의 쭉정이가 있어 모두 48개의 딱지로 펼쳐내는 변화무쌍한 승부에 빠지게 된다

화투는 자발적 의지와 우연성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이다 누구는 운7기3이라고 하며 그 역으로 말하기도 한다
자신만이 볼 수 있는 패와 상대가 가진 볼 수 없는 패가 있고 바닥에 감추어진 패가 있는데 감추어진 패가 오픈되면서 순간적으로 결정되는 행운과 실망이 교차하며 환호와 탄식이 오가며 재미를 더한다

화투판은 놀라울만큼 평등하고 공정한 구조로 운영된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규칙이 공정하게 적용되어 결과에 승복한다
현실사회의 불공정과 차별적 구조에 대한 모순과 불만을 이런 놀음을 통해 대체 충족할 수 있다
어던 권력도 권위도 폭력도 심지어 동정까지도 개입하지 못하니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화투의 묘미는 히든카드가 오픈되면서 전개되는 순간적인 변화가 아닐까 한다
내 순번이 되어 히든카드를 집어서 방향을 돌리면서
딱 소리를 내며 바닥에 있는 패와 짝을 맞추어 소유하는 희열이 있다

예전의 화투 놀이 중에 《나이롱 뽕》이란 것이 있다
청년 시절에 이 놀이를 하며 놀던 추억을 잊지 못해 요즘도 엣 친구들을 만나면 나이롱 뽕 한 번 해보자며 익살을 떨기도 한다
이 게임이 고스톱에 밀려 사라질 위기니 보존할만한 기치를 지닌 민간의 놀이라는 농반진반의 내 본심이다

고스톱은 도박적 요소가 많은데 비해 뻥은 먹기내기의 성격이 짙다
뽕은 너댓 사람이 모여 출출한 시장기를 해결하는데 딱이다
져도 크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것은 이겨도 돈을 가져가지 않고 모두 먹거리로 소비했던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고도리에 비해 온정적이고 공동체적 미덕이 솟아나는 놀음으로 추억한다
오랫만에 뽕에서 오가는 용어들을 즐거운 기분으로 소리내 본다

동 뽕에 비, 7자연뽕에 장,
두 끗 소보, , 스톱,
국화 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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