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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찔레꽃이 피어나고

우리 집 담 너머 황무지에 찔레꽃이 일가를 이루더니 꽃을 피운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아저씨
이 땅 주인이세요?
아니, 주인은 멀리 계시단다
여기에 언제나 오신대요?
당분간은 오시지 않을 것 같구나 안심하렴
살았다 실은 땅 주인이 오면 우리는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니까요

찔레는 사람들에게 박대를 받는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온 몸을 가시로 무장하고 있는데다 큰 덤불로 일대를 점령해 버리니 혐오 수종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찔레꽃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조금씩이나마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척박하고 외진 곳에서 억척스레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나도 지난 겨울에 근처에서 손목만한 크기의 찔레 나무를 큰 화분에 옮겨 심었다

찔레는 소외받는 민중의 한을 가진듯 하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해서 서러운 나무다
대갓집에서 환대받는 부귀영화의 상징인 목단이나 화려한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일족의 삶의 터전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자족하는 욕심없는 꽃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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