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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소이부답이란 글을 새기다가

소이부답이라는 글귀를 새기며 떠오르는 즉석의 단상이다
도를 통달한 도인의 선적인 소통이다
소통에 언어가 매개되지 않고 웃음으로 이루어지는 비언어적 소통이다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고' 라는 물음에 그저 웃음을 보일 뿐 대답을 하지 않는다
이 웃음에는 어떤 의미기 담겨 았을까?
대답하기 곤란해서 일까?
형편 없는 질문에 대한 회피성일까?
뮬론 그럴 수도 있지만 내 수다스런 해석을 풀어내 본다

내가 푸른 산에 사는 것은 논리를 갖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사실은 저도 몇 마디의 말로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네요
꼭 이유를 말해야 하나요?
그래야만 한다면 '그저 좋아서 살지요'라고 하겠어요
그렇다고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처를 쉽게 바꿀 수는 없지 않잖아요
우리가 실존하는 현상을 굳이 말로 표현할 수도 없거니와 표현한다고 해서 과연 진실한 것인지 확신할 수도 없잖아요 삶의 문제를 몇마디의 말로 다루기에는 제 생각의 능력이 미천하답니다
제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저도 당황스럽네요 죄송해요
이런 치졸함과 어리석음을 노출하지도 않고 또 물음에 응답하는 것이 도리이니

미소로 대신한답니다

웃음이 열마디의 허접한 말보다 훨씬 낫지요
때로는 잘 다듬은 명언이 미소 앞에서 경배하기도 하지요

( 먹감나무에 글을 새기는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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