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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당의 문인화방

창현 박종회 화백님의 그림 한 점을 감상하며

클릭하시면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백 주선의 월하독작이란 시를 차용하고

그림은 유음독작이란  화제를 쓰시는군요

 

                          수양버들 그늘에서 풍류객 홀로 술을 마시다

 

높은 곳에서 내려 뻗은 수양버들 그늘 아래에서

혼자서 술을 마시는 풍류객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을 그려 본 경험이 별로 없는 저는

풍류의 관점에서

문화예술의 소비자 차원에서

이 귀한 그림을 보면서 즐거운 감상을 합니다.

지금 제 자리에도 술 한잔이 놓여 있습니다.

 

이 그림을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술을 즐겨 마시는 개인적인 체험과 풍류꾼의 여유로

이런 시와 그림에 감추어진 은밀한 의도를

찾아내며

공감하며

서툴지만 주관적인 느낌을 표현합니다.

 

 

원작에서 이백 주선은

달빛 아래 그윽한 풍광을 즐기며 홀로 마시는 술을 노래합니다.

(월하독작)

  

이 그림에서

버드나무의 우듬지는 하늘 높이 뻗어 있어서 보이지 않습니다.

땅으로 내리 뻗은 

여인의 치마처럼 치렁치렁 유연한 잔 가지의 그늘은

이백이 표현했던 월광을 이 그림에서는 녹음이 등장합니다.

 

녹음의 그늘 아래에 풍류꾼 한 사람이 허리를 약간 젖힌 채

흡족한 표정으로 거나하게 취해 있습니다.

넘어진 술병으로 보아 이미 술에 취해 있다는 것을

웬만한 술꾼들은 체험으로  압니다.

또 이런저런 안주가 없이 딱 술병만 있는 걸로 봐도

얼마나 애주가인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자연에 취해있습니다.

주변에는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는

속되거나 잡된 것은 여백에 잠깁니다.

순수한 자연 - 바위와 나무 그늘 뿐입니다.

 

이 그림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왜 혼자서 술을 마시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백 시인은 독작이란 시에서는

혼자서 술을 마시면서 셋이서 마신다고 합니다.

자신과 그림자와 달

술을 통하여 인간이 자연에 황홀하게 몰입하는

무아의 경지에서 나오는 표현입니다..

극적인 클라이막스입니다.

 

 

혼자서 마시는 것은 그 술의 본질에 취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자연에 취하기 위함입니다.

여럿이서 마시는 술은 그 본래의 흥을 잃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말에 빠져 버리거나

자연과의 동화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술은 취하는 것입니다.

(한잔의 술은 사람이나 세상과 통할지 모르지만)

석잔의 술은 도에 통하고

한 말의 술은 자연과 동화된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술에 대한 최고의 예찬입니다.

 

이런 점에서 시성은

     인류의 술의 역사상 최고의 로맨티스트입니다.                                                                          

 

그리고 이 그림은  푸른 바위와 녹음이 보여주듯

낮을 배경으로 합니다. 낮술을 즐기는 거죠.

 

(작가의 어떤 다른 그림을 보면 방 안에 폐인처럼 헝클어진 머리칼을 하고 술을 마시는  주선의 그림을 보았습니다.)

어떤 살림도 없는 방에서 낮부터 술에 취해 졸고 있는 텅 빈 방에서 머리를 박고 졸고 있었죠.

더욱 가관인 것은 창  너머에는 밝은 햇살이 비치는 그림이었죠.)

 

 이 그림에서도 한적한 야외에 술병이 엎어져 있습니다.

낮부터 취한 사람은 산업사회의 직업 관점에서 보면 백수나 알콜중독자입니다.

 낮부터 술에 취한다는 것은 풍류를 생업보다 높은 가치로 여기는  작가의 의도가 보여집니다.

 

 그림 속의 풍류꾼은 지금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뒤에는 덜렁 바위 하나만이 있는

 절제된 욕구에 안분자족하는 소탈한 행복과

 자연에 취하며 동화되는 행복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그림의 주인공인 풍류꾼은

갓이나 관모를 쓰지 않은 자연인입니다

출세나 학식보다 인품보다는

풍류를 즐기는 자연인일 겁니다. 

 

아아!!

 

 이백 시인은 마지막 귀절에서

폭탄 같은 말을 합니다.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술의 그윽한 아취를

경험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합니다.

어찌보면 옹졸하고 편협한 표현 같기도 합니다.

(언어는 도가 아니라는 선어 같기도 하군요)

 그런 몰아의 경지, 그 황홀감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좋은 그림 감상하다가 밤이 취하는군요. 

오늘은 그림 한 점이 제 술 안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