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모종을 정식한다
장마 기간이라 모종들이 신명이 나겠다
촉촉히 젖은 땅이 젖내음 가득하여 신방처럼 포근하다
게다가 좁은 땅에서 빽빽히 머리를 내밀고 사는 모양이 흥부네 단칸방 같았는데 이제 둘씩 짝을 지워 널따란 방으로 독립하니 활개를 쳐도 아무 걸림이 없구나
며칠만 지나면 실뿌리들 땅에다 코를 박고 수맥을 찾아 왕성히 물을 빨아 수관에 공급하고 몇 잎 안되는 잎사귀들도 팔을 벌려 햇빛을 긁어모아 가세를 늘려갈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백일이 자나면 길다란 꼬투리마다 많은 방이 마들어지고 각 방마다 실한 알맹이 하나씩 자리잡고 깨소금 맛을 품을 것이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다>는 말씀이 과연 옳구나
전원생활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