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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지붕 위의 남자

지붕에 오르내리며 공사 보조를 한다
평소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길 아닌 길이다 사다리를 타고 40도의 경사진 아스팔트싱글 로드를 따라 오르는 지붕의 꼭대기

집 안의 방에 있던 내가 집 밖의 지붕에 올라갔으니 내 영토가 변한다  
어느 한 구석에도 평탄한 곳이 없는 경사진 면이다

동화에 심취한 아이처럼 상상의 나래를 펴고 귀를 기울이니 지붕의 속삭임이 들린다
지붕은 산처럼 솟구쳐야 해
그게 지붕의 위엄이자 멋이 아닌가
높이가 없는 지붕은 코가 납작한 못난이와 진배없지 그리고 한옥에서는 팔작이니 맞배니 우작이니 하며 제 꼴을 내세우지만 요즘에는 제 멋대로 하면 되지 건축 소재가 다양하고 기술도 발전하고 취향이 천차만별인 요즘에는 개성적인 형태들이 존중 받지 아암 그렇고 말고......
물매가 클수록 멋스럽고 다양한 형태는 호기심을 불러오지

지붕 위를 걸으며 피터팬이 된 기분이다
호기심과 용기의 양날개를 달고 어디든 날아갈 수 있지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유쾌한 개그맨처럼 한바탕 촌극을 벌여볼까나
높은 자리에 올랐으니 한 번 우쭐해 보고 싶어 아내에게 큰 소리로 농을 건다
"이보시오 하층민!
밭에서 수고가 많소 이 높은 자리에 오른 나어게 청탁 한 번 해 봐요"

친구와 함께 징크 지붕 시공을 하는 엿새 째의 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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