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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서각을 하다가

미완성이다

별로 쓸데없는 일을 하는 중이다
비닐하우스에 모은 온기와 밝은 빛으로 조각칼을 망치로 두드리며........

가죽나무 판대기 한 개에 글을 몇 자 새겨서 후배의 처마 아래 걸어주려고 하는 일이야 나름대로 쓸모있는 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글자가 시작되는 귀퉁이에다 야두라는 글자를 새겨 넣기로 한 것은 쓰잘데 없는 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족달기에 불과한하찮은 과정임에도 마치 유인처럼 양각을 하기로 한 순간의 욕구는  호작질을 하는 아이의 순진한 마음과 같아서 입가에 미소가 배어난다
들머리를 한자로 야두라 한 것인데 장난기가 발동하여 후배의 아호 또는 별명으로 붙일까 하는 것이다
순전히 재미있는 착상일 뿐 심오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싫으면 그만인 것이고 좋아하면 그런대로 좋은 일이 아닌가 나는 그냥 이 한 순간의 욕구의 흐름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서산에 뉘엿뉘엿 해가 기울면 탁주 한 사발 함께 기울일 벗이 올까 삽작으로 눈길이 향하는 낭만적인 심성은 이 들판의 오류선생이라 해도 좋겠구려
이보시오 말이 나온 김에 이 들판의 우두머리 도깨비가 되시오
이 들판에 온갖 미물들과 영혼이 소통하고 가슴으로 온기가 흐르며 물가의 방구들까지도 대장 도깨비있는 쪽으로 솔깃해져 있으니 능히 우두머리라 해도 될 것이오

이런 온갖 말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여 야두라 하면 어떻겠소

별로 쓸데없는 일을 큰 쓸모가 있는 것처럼 여기며 글자 사이로 칼집을 넣으며 눈을 부릅뜨는 내가 우습기도 하지만 칭찬 받으면 좋아하는 아이에게 하듯이 "너 잘 한다 이잉"하며
껄껄 웃는다

미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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