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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입춘에

입춘이라며 새 해가 시작되는 첫 절기를 기념하는 사람들이다
길상을 빌며 입춘대길, 건양다경을 비는 글들을 서로 전하기도 한다

봄이 온다는 전갈은 기다림으로 두 손을 모으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폭풍한설 휘몰아치는 광야에서 정처없이 오가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꿈 꾸며 기다리기에 봄은 희망이며 더욱 절실한 이들에게는 갈망이다
삶은 늘상 뜻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누구에게도 실패와 좌절의 암굴에서 희망의 불씨들을 지펴야 한다

봄은 생동하는 님이요 여인이다  잉태하는 가임의 처녀다
겨우 내 인고로 황폐한 가지에 움을 돋게 하는 기운이다
그 작은 움이 트고 자라게 하고 잎이 돋게 하는 약동하는 사랑이다

대지의 봄은 아직 태동하는 중이라 그 기운은 미동에 있어 여간 섬세하지 않고서는 감각하기 쉽지 않다
화목들의 뿌리며 수관이 서서히 깨어날 뿐이며 아직 흐르지 않는다
봄은 돌연한 사건이 아니라 서서히 이루어지는 예정된 귀결이다
천기가 변화하며 지상 생명에 깃드는 현묘한 과정이다
오감으로 체화되는 본격적인 단계는 아직 요원하다
다만 영적인 예민함이나 지극한 감성으로 대지의 배후를 투시하는 상상력으로 느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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