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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축구 - 전사들의 사투

연일 축구 경기를 보느라 수면이 고르지 못하다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관점에서 벗어나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사유의 폭이 넓어지고 재미도, 배우고 느끼는 점도 훨씬 더 많아진다
이 단체 경기를 보며 인간의 본성을 유추해 보기도 한다

집단 간의 저 치열한 투쟁 정신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소속 집단의 존립과 명예를 위해 몸을 던져 부딪치고 온 몸을 방패로 삼는 외적 방위군, 견고한 빚장을 뚫기 위해 특별 임무를 띤 공격수를 조직적으로 가동한다
선수들은 이미 전사가 되어 두 경우의 수 밖에 없는 승리와 패배의 운명적 기로에 놓인다


이미 경기를 넘어 전쟁의 상징이기에 지켜보고 있는 이들은 관중이 아니라 운명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마치 공동체가 생존이냐 복속이냐를 결정짓는 문제처럼 폭발성을 갖는다 그렇게 부추기는 것이 흥행이라는 스포츠 소비로 정당화 된다 격전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과학적 첨단 장비와 기술로 소비욕과 이벤트의 효용성을 극대화한다

모든 눈과 귀가 여기에 집중되고  입들이 하나에 회자된다 블랙홀처럼 강력한 소용돌이를 띠며 이와 무관한 다양한 요소들을 빨아들인다

원시사회에서는 생존하기 위해 피 흘리고 죽으며 투쟁해야 했다 상징의 수단으로 극단적인 상황을 유예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죽음이란 비참함을 조금이라도 피하거나 미루기 위해 여러 방법적 대안들을 내놓으며 타협하는 제 3의 선택을 찾아내게 된다
무리들의 생존 기반이 되는 영토를 떼어주거나 인명의 일부를 바치거나 공물을 제공하거나 식민지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사의 반복이다 숱한 침략과 방어에 잘 대처하는 종족이나 국가는 오래 살아남으며 문명을 꽃 피우고 그러지 못한 경우는 역사에서 소멸해 갔던 것이다 이런 역사의 과정을 겪으며 집단적 무의식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전쟁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동시에 승리에 대한 강렬한 염원을 낳게 된다이런 집단 무의식이 표출되며놀이로 재현되었을 것이다
두 집단은 적군과 아군이며
일정한 영역 내에서 승패를 결정지어 생존과 죽음을 대리 체험하는 놀이인 것이다
진영마다 최고의 전사를 양성하고 선발하며 종족과 나라를 대표하는 전사로 대리 출전을 시킨다
선발된 전사는 자체로 영웅의 자격이 있으며 더 혁혁한 공을 세우기 위해 몸을 내던진다
영웅으로 살기 위해 적과 교전하며 전쟁의 죽음으로 내몰리는 전사들이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파괴하고 정복한다
승리를 맛보는 군중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전사들을 칭송한다 그들이 맛보는 승리의 달콤함이 상대편에게는 같은 양으로 패배의 쓰라린 고통이 될 것이다
이런 놀이는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패자는 다음의 승리를 위해 마음을 추스려 무기를 다듬을 것이다

가상과 실제 사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불과 길어야두 시간만에 판가름 나는 짧은 격전을 목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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