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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정착민과 노마드

삶의 근거지가 한 곳이 아닌 비정착민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를테면 유목민, 카라반, 원양어선 종사자,다국 활동 프로스포츠 종사자,외국 유학생, 해외 취업자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무엇보다 자유를 중시하여 스스로 목표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이들은 현재, 이곳에서의 삶이 최종적인 선택이나 최선이 아니라 하나의 방법적 대안으로 여긴다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의 길이 열려있으므로 버리고 떠날 수 있다는 전제가 그 바탕에 있다
최종 기착지를 향한 중간의 과정 즉 여정(旅程)의 일부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삶에서 소유를 최우선 가치로 삼지 않는다 일정한 거처가 없는 것은 아니자만 자유로운 선택 사항이므로 주택을 소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생활하는 실용성과 편의의 대상으로 보아 사고팔기보다는 임대를 선호한다

정착민들은 새로운 변화보다 안정적 삶에 치중하여 소유를 중시한다
넓은 경작지와 주택을 소유하여 퓽요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안정적 삶을 저해할 수 있는 변화는 최소화하려고 한다 기존의 권위와 습속을 따르며 인간 관계의 규범과 질서를 중시한다 사람 사이의 질서를 잡기 위해 혈연이나 신분을 중시하여 계급을 만들고 서열화한다
정주인들에게 떠돌아 다니는 무리들은 매우 위험하고 불량스런 존재로 취급되었다 낯선 존재들은 평화를 해칠 수 있다고 여겨 접촉을 꺼리거나 소외와 배척의 대상으로 간주했다

외국에 유학 중인 아들이 오아시스처럼 한달 여를 머물다 떠날 때 트렁크를 들어 주며 노마드의 이삿짐을 연상했다
어지간한 사람은 들지도 못할 무거운 트렁크 두 개에다가 짊어진 배낭을 이역만릿길로 끌고 가면서 학자로서의 이상과 고달픈 현실을 극복해 가는 치열한 과정이 교차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초원을 찾으려 여러 나라를 다니며 공부하던 또 한 아들은 황량한 사막을 맴돌다 빈 털털이처럼 빈 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초원을 떠돌아 다니며 부르던 다국의 언어인 초원의 노래, 자유인의 기질, 글로벌 눈높이와 마인드, 진취적인 개척 정신 등은 정주인들의 재산 목록에 들지 않는 노마드들의 자부심이다

정주민들은 머물기 위해 떠나고 노마드들은 떠나기 위해 머문다고 한다 인간의 삶은  이런 두 유형을 오가며 이루어진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노마드적인 삶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다
천상병 시인은 지상에서의 남루한 삶 전체를 소풍으로 풍자한 낭만적 시인이었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소풍 나와 잠시 머물다 귀천한다고 여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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