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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옥수수 꽃술을 찾아온 벌떼

아침 7시경에는 벌이 많았는데 9시가 넘으니 일부만 일을 한다

장마 중에도 아침 햇살은 찬란하여 사날 전에 핀 옥수수 꽃술을 눈부시게 비춘다
연일 내리는 단비로 가뭄의 갈증을 모두 잊고 신명난듯 키를 키우더니 마침내 꽃술을 피우며 생명의 절정에 이른다

꽃술에도 꿀이 있다니.......
내 둔감한 후각을 일깨워주듯이 벌들이 부지런히 화분과 꿀을 따고 있다
나는 한참동안 걸음을 멈추고 바라본다
벌들은 제 일에 열중하느라 조심스런 관찰자를 성가시게 여기지 않는다

벌들은 자연에 대한 고도의 민감성을 가지고 있다
인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의 장구한 역사를 통해 누적된 경험으로 진화해 온 곤충이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자연의 생태적 환경의  관계와 질서를 체화하며 살아가는 벌이다
몇 년 전에는 벌이 없다며, 혹시 환경 문제를 우려하던 기억이 되살아나며 뿌듯한 안도감이 생겨난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이라 우열의 관계 지배와 예속의 관계가 아닌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내가 심고 가꾸는 옥수수의 꽃술이 피어나 벌의 일터가 되고 그런 벌들을 미소로 반기며 자연의 오묘한 생태 질서를 사유한다

이 아침은 풍요롭고 아름답고 희망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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