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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물의 행열

물나들이 삼거리 다리 위에서 물구경을 한다
밤새 내린 비로 물이 많이 불어 하천 폭이 좁아지고 흐르는 물길의 기세가 강성하다
자연이 제공하는 이벤트이자 공연이다 다만 이 공연은 한시적이라 볼만한 구경은 하루 이틀 정도다

두 골짜기의 물이 만나는 지점이라 물나들이라고 한다
한 쪽은  주로 남덕유산 사면에서 월성을 거쳐 내려오는 물길이고 또 다른 한 쪽은 덕유산 삿갓재 골짜기에서 병곡으로 흘러온 물길이다
거산준령 넓은 품을 골고루 적시며 빗물들이 골짜기로 모이더니 행열이 시작된다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캠페인도 현수막도 내걸지 않았지만 온 몸에 녹아든 진리의 네비게이션
물의 행열이 가는 걸음이 곧 진리요 길이다
물들도 서로 손을 잡고 가슴을 맞대니 신명을 낸다 춤을 추며 찬가를 부른다

우리는 하늘에서 파견된 메신저 천지의 도를 전하고 행하는 하늘의 사신이라오
지상 끝까지 스미고 흐르며 대업을 수행한다네
아래로 아래로 흐르다 언젠가는 하늘로 되돌아 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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