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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유홍초와의 인연

작년에 거제도 바다목장이라는 펜션에서  반 줌 가져온 유홍초 씨앗들이 제 터를 잡았다
그냥 휙 뿌렸을 뿐이다
땅을 파서 덮어주지도 않고 톡톡 두드려주지도 않고 한 알 한 알 정성을 들여 심은 것도 아니다
손바닥만한 땅, 이미 다른 풀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도 자연스럽게 경쟁해서 살아남는다 가느다란 덩굴의 풀이지만 왕성한 생명력으로 수북히 자라고 있다

스피노자의 코나투스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제 존재를 보존하려고 하고 발전 시키려고 하는 노력은 모든 존재의 본질이 된다
코나투스는 모든 유기체에 공통적이지만 그 내용은 사몰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사람이 볼 때는 유홍초가 매우 미약해 보이지만 강인하고 신비한 힘을 내재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저 하찮아 보이는 풀 한 포기에도 신의 속성이 깃들어 있어 외경의 대상이 된다

제 고향에 놀러온 사람들과 인연의 선이 닿아 이 먼 곳으로 이주한 것이다
여기에도 우연과 필연이 섞어있다 유홍초들이야 이런 사실들을 알리 없지만 다만 강인한 코나투스의 힘으로 여기서 일가를 이루며 번식하게 된다
사람들의 눈길을 그윽하게 하고 발길을 잡을 것이다
그러다 조건이 맞으면 유홍초 제국을 형성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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