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의 한 호텔 예식장에 들러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쾌적하고 넓은 실내, 화려하고 고급스런 실내 장식에 해운대 바다가 건물에 바짝 다가와 운치를 더한다
일반 예식장의 혼잡한 분위기와는 현저히 여유로운 공간과 시간!
하객들을 잠시나마 VIP로 만들어 주는 느낌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근접하기 어렵게 만든 바리케이드는 엄청난 비용이다
당일 예식이 한 건이라 붐비지 않은 것이고 생화로 장식하고 식후 하객들에게 나누어준 것도, 하객들의 식사비용만 15만원이란 것도 이 호텔에 접근하기가 어렵게 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자본주의 결혼 문화의 한 단면을 통해서 새삼 느끼고 배우는 바가 적지 않다
자본가들의 자본 축적을 위한 감각과 수법은 비상하다
그들은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와 허영심을 훤하게 궤뚫어 보고 있다
일생에 단 한 번의 기회란 점을 이용해서 주인공들을 자극하여 고품질의 상품들을 소비하도록 유인한다
차별화 전략이 그 수법의 바탕에 깔려있다
상류층의 화려한 예식을 주문 생산하듯이 연출한다
예식을 명품으로 고급화하는 경영과 기술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내 인문학적 감성으로 오늘날의 결혼문화의 단면에 대한 미시적 관찰과 감상의 기회도 되며 자본주의의 병폐도 감지한다
초창기 자본주의가 성행하던 시절, 자본가들의 행태를 파헤쳤던 벤야민의 예리한 통찰과 시선이며 부르디외가 말하는 <구별짓기>가 그 바탕에 깔려있다는 것도 사유한다
아무나 이용하기 어렵게 막대한 비용의 바리케이드를 친 고급 호텔에서의 환상적인 예식을 평생 추억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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