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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시간이 흐르는데

우중충한 겨울 아침, TV의 클래식 음악 연주, 운동을 쉬는 날의 여유, 머그컵에 가득한 커피, 손에 닿는 거리에 놓인 몇 권의 책, 스마트 폰 안의 간이 자료실과 기록장 등

내 오늘 하루의 시작 지점에 놓인 배치의 단면이다
마음껏, 욕망의 흐름에 따라, 사소하고 소박한 삶의 재료들을 바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의식이 가는대로 거리낌 없이 가는 자유인이라 느긋하고 여유롭다
의식이 우연히 시간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그래봤자 유용하거나 신통한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따라가 본다

예전에 에드문트 후설의 <시간의식>이란 책을 붙들고 며칠을 씨름하다 내 수준으로는 소화하기 어렵다는 걸 받아들인 기억이 쓴 미소를 짓는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론에서 사유한 시간 개념에 대한 해설은 다가가기가 편하다
시간을 인간의 의식 안에서 기억하고 경험하고 감지하는 주관적인 현상으로 사유하고 있다
그리고 신의 영원성에 비하여 피조물인 인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분열된 시간 속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유한자가 신앙으로 신에 귀의함으로써 죽음이라는 절대 무에서 벗어나 영원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순간에 집중하고 소중히 받아들임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을 때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지혜의 빛을 선물한 것이다
그의 독창적이고 깊은 사유에 한 걸음이라도 다가서고 싶은 소망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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