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연못에 새 물을 채웠더니 그 날 밤부터 와군들이 제 집인냥 자리를 잡더니
오늘은 아예 훤한 대낮부터 연못 물침대에서 와군 한 쌍이 황홀경에 들어있는 중이다
이 따뜻한 봄날 암수가 저렇게 좋아하는 호텔을 만들어 주었으니 신방을 차린다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아라
나는 은밀한 현장을 엿보는 줄 알았는데 사람의 속좁은 편견이란 걸 알았다
거리낌 없이 개방된 자리에서 운우의 정을 나누느라 경계심마저 사라졌다
조금 있으니 또 한 녀석이 다가와 둘 사이에 끼어들며 약간의 자리다툼이 일어나고 마침내 합동으로 이루어진다
셋이 한 몸이 되어 몸을 밀착한 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연못 밖에서 관람하는 나는 방해가 되지 않게 소음을 내지 않고 이들의 생태 현상을 관찰하며 공감해 보려고 한다
저 무리들은 혈통에 따른 가족 관계가 인간과는 당연히 다를 것이다
저들의 생태계를 우리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안다고 해도 그것은 아주 미세한 부분에 한정되는 것이다
얼마 후에는 알을 낳아 부화를 하겠구나
다가올 여름 밤에는 이 무리들의 울음 소리로 떠들썩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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