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뜰을 손질하다 덤불에 갇혀 꽃을 피운 큰 으아리를 구속에서 해방시킨다
제 지체들이 틈바구니에서 악전고투하면서도 개화한 꽃잎이 접히고 눌려있다가 내 가벼운 손길을 고분고분 받아들인다
잎이 햇빛을 가리지 않게 꽃 뒤로 돌려주고 이리저리 뒤틀린 줄기를 바르게 펴 준다
연미색 드레스를 입은 꽃 네송이가 비로소 꽃이 되고 방긋 미소를 보내온다
처음 대면했을 때 고운 자태에 마음이 홀린듯해서 뒷뜰 펜스 아래에 심어놓고 몇 해동안 교감하며 기뻐했었는데 이번에는 이런 고초를 당하는지도 몰랐다
사람 마음이 한결 같지 않으니 내 불찰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