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수숫 대가 툭툭 꺾인다
미색 수염은 말라 진갈색으로 엉켜있고 숱한 벌떼들의 양식을 주던 꽃술은 피뢰침처럼 높다랗게 자라 있다
너댓달살이 식물에게도 에로스가 없을소냐!
숫컷과 암컷이 한 몸 안에서 수정하는 생명의 신비가 작용하고 있었구나
사람의 무딘 감각이나 지성으로 포착되지 않는 이 식물의 본질은 감추어져 있구나
지난 봄부터 몇 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신명을 다해 생장을 하였다 뿌리, 잎, 대공들의 분투로 알차게 열매를 맺었다
미인의 고른 치열처럼, 사열을 하는 군인들처럼 많은 알갱이들이 질서정연하게 박혀있다
툭툭 꺾인 옥수수 몇 광주리를 가져가는 사람이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가고 나면 빈 줄기와 잎들이 기쁜 숨을 고르며 차츰 여위고 말라 부러지고 부수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