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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술의 미학

 

지나온 많은 시간들이 술에 취해 있었다.


글줄들이 취해 비틀거리며


일상이 때론 빗질하지 않고  헝클어진 채....


 


주선 이 백의 시편들을 때론 암송하거나


풍류가객들의 권주가들을 모창하기도 하며


술의 미학에 잠긴 낭만의 시절들이 흘러갔다.


 


 



(황신의 도연명 음주도)


 


 


꿈길을 헤맬 때에는 까마득하고 어슴푸레한 상태에서


왼손으로는 부구(浮丘)를 잡고,오른손으로는 홍애(洪厓)의 어깨를 치면서_


이무기에게 멍에를 지우고 두루미의 등에 걸터앉습니다.


신선들이 모여 사는 열 곳의 선경(仙境)과 삼신산(三神山) 사이를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바람을 타고 훨훨 노닐면서 되돌아올 줄을 모르지요.


 


이상적(李尙迪), 〈증이겸산서(贈李兼山序)〉, 《은송당집(恩誦堂集)》


 


 


술 취한 상태의 황홀함을 어찌 말로 전할 수  있으리오만


위에서 인용한  이상적의 표현은 감탄을 자아낸다.


 


술의 몽롱한 짜릿함을 내 수억개의 세포들은  추억한다.


이성의 예리함은 무디어지고 감성의 호수에서


세속 잡사들은 관대함과 낙천에 잠겨 유영했다.


 

 


 



(창현 박종회 선생의 그림)


 


 


獨酌을 즐겼다.


이백 酒聖이 月下獨酌에서


자신과 달과 그림자와 더불어 마시며 노래하듯


 


바위 틈에서 철쭉이 꽃을 피워올리는 위천 시냇가를 오르거나


달빛 깔린  뜰을 거닐며  바람이 소요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아름다운 음악이나 시를 감상하며


 


 


취기가 오르고 퍼지며 몽롱해지는 과정을 즐겼다.


독작이야말로 주선의 경지로 들어가는 작은 오솔길이려니......


 


 



(창현 박종회 선생의 그림)


 


 



이 백 酒聖은


酒星, 酒泉, 淸酒 - 聖人, 濁酒 - 賢人과 같은 귀절로


술의 노래를 부르며 예찬한다.


 


 


天地間에 人間間에 어찌 술을 멀리할 수 있느냐며


술을 사랑함이 어찌 부끄러운 일이냐며 ......


 


술은 묘한 명약임에 틀림이 없다.


한 순간 지상의 고뇌를 훌훌 털고


천상의 자유와 황홀경에 이르게 한다.


 


지상과 천상의 다리요


현세와 내세의 가교요


俗과 聖의 징검다리인 것인데.....



 


 


 


  



(창현 박종회 선생의 五柳先生傳)


 


 


내 술잔에 환희와 기쁨이 넘치며 삶의 즐거움이 춤 추었고


내 술잔에 분노가 들끓거나 슬픔이 눈물처럼 고여 있었다.


그렇게 알콜의 필터로 걸러지며 삶은 위안을 받았다.


 


 



(창현 박종회 선생의 柳陰獨酌)


 


완전하지 못한 中間子的 존재이기에


五慾七情에 웃고 우는 인간이기에


술은 인류의 곁에서 떠나지 않으리라.



 


 



(창현 박종회 선생의 그림)

 

 

술을 어찌 몇마디 말로 단정겠는가?


그 장구한 인류의 역사적 동반자를.....


 


술이 지닌 해악의 단면을 보고 단정짓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하리라.


 

 



(창현 박종회 선생의 그림)

 

 

 오묘한 마력의 술 한 잔이 변화 시키는 


감정들과 잡다한 몇 올의 생각들이


 아름다운 음율이 되고 언어가 되는 것이거늘...


 




 

(창현 박종회 선생의 그림)

 


 


낭군께 권합니다.


귀달린 금 술잔을 가득 따르겠사오니 사양하지 마옵소서


꽃 피면 비바람도 심하게 분다지요?


인생 백년이라지만 이별없는 날이 얼마나 될까요


                  (우무릉의 권주가)

 

한 잔먹세 또 한 잔 먹세그려 꽃꺾어 산놓고 또한잔 먹세그려


중략.....


무덤에 가서 소슬바람불 때 누가 한잔 먹자 그러겠는가?


(송강의 將進酒辭)

 

 

 

주고 받는 몇 잔의 술에서 오가는 인간의 情理란...


술을 통해서 사회적  관계에 편입되는 사회화 과정인 것인데


술을 나누며 우정과 사랑을 나누던 이들이


추억의 휘장에 곱게 드리워져 있다.


 


그들과의 대화는 세월의 바람결에 사라져도


내 삶의 한 켠에 선  그늘이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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