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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바람이 되어 서성거리다

 

유월의 뜰을 서성대는 나는


한줄기 바람이다.


 


내 발자국은 새들의 잔걸음처럼 흩어진다.


걸어야 할 길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저 마음 닿는대로 이리저리 흐르는


逍遙의 바람이다. 


 

 



 

 

 

내 발자국은 지상에 찍히는 힘찬 걸음이 아니다.


공중에 흐르는 구름 처럼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흐르는지


무심결에 흐르는 自在의 걸음이다.



 


 



 

 

 

작은 꽃의 미소앞에서  멈추어 서서


고운 자태의 품을 파고들며


그윽한 향기에 취하는


花鳥風月을 찬미하는 풍류의 가객이다


 

 



 

 

천지간에 그 무엇도 내 발걸음을 막지 못하리라.


다만 내 걸음을 쉬어가게 할 뿐이로다.


 천지를 어슬렁 거리며 소식을 전하고


향기를 퍼뜨리는 나는 보헤미안


 

 



 

 

세상의 속된 일 콧방귀 한번으로 날려보내고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성찰로


내적 평화를 찾아나서는 구도자


 

 


 

바람이 분다.


밤나무 잔가지가 너풀거리며


새로돋은 연한 잎새들이 손을 흔들며


햇볕을 반사시켜 나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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