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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신문을 가린 스티커에서 무량수전을 가린 안양루로

 

 

아침 뉴스를 진행자가 신문 기사의 타이틀을 가린 색지를 사뿐히 들추며 진행을 한다.


왜 그럴까?


나는 뉴스 내용은 뒷전이고 그 행위에 대해 곰곰 생각한다.


 


기사를 한 순간에 제시하여 시청자들의 시각적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것이겠지.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하여 현장감을 살리는 프리젠테이션 효과를 높이자는 것이겠지.


 

 

                             

 

 

그렇구나! 마치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무대를 가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구.


보여주고 들려주는 상황을 탄력 있게 변화 시키는 소통의 기법이야.


긴장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멘트가 고조되다가 강렬한 효과음과 동시에


스르르 무대가 열리는 그 순간은 얼마나 극적인 전개인가!


 

 

                             

 

 

아이가 엄마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불을 순간적으로 켜거나,


기습적 상황을 만들어 깜짝 놀라게 하는 소박한 기법도 마찬가지라구.


 


머리를 번개처럼 스쳐가는 이미지 하나!


순간적으로 부석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안양루 마루 어둡고 답답한 지하를 지나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다


!


한 순간에 펼쳐지는 무량수전이란........


 


최순우 선생의 표현을 빌면 그리움에 지쳐 핼쓱해진 얼굴이


내 기억의 아슬한 건너편에서 기다리던 얼굴이 나를 반긴다.


 

 

 

 

내 문화 기행의 동반자인 서한당과 안양루 계단을 오르며


한 걸음 오를 때마다 비율만큼 드러나는 불국토의 지붕을 감상하기 위해


시선을 정면을 향하고 말을 절제하면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나는 슬로우 비디오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내려가는 길에 다시 슬로우비디오를 다시 감기하여 작동한다.


 

 

 

 

안양루 계단을 오르며 여러 생각들이 교차한다.


불국토는 아미타불이 살고 있는 이상적인 유토피아다.


거기에는 걱정도 괴로움도 없는 깨끗하고 지극히 안락하고 평화로운 세상이다.


 


인생은 불국토에 이르는 순례의 길인가?


부석사에서 무량수전은 소설의 클라이막스다.


부석사를 설계한 이는 입구에서부터 무량수전에 이르까지 기승전결의 구조를 도입했다.


입구에서 천왕문까지가 기,


천왕문에서 범종각까지가  승,


천왕문에서 안양루까지가 전,


안양루에서 무량수전까지가 결이다.


 


입구에서 무량수전까지의 길이 직선이 아니다.


입구에서 무량수전이 한 눈에 선뜻 들어오지 않게 설계했다.


설계자는 고도의 미학적 원리를 이미 도입했던 것이다.


 


 


 

 

안양루와 석축은 무량수전을 무대에 올리고 휘장으로 가린 극적인 구조다.


안양루는 천국의 문으로 자체로 무한한 건축적 가치가 있지만


무량수전이라는 더 높은 위계를 지닌 건축물의 보조 누각이기도 하다.


 


아! 내 눈으로는 여기까지 밖에 보이지 않는다.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


 


나는 이 찬란한 예술품인 거대한 건축물 앞에서 찬탄을 금하지 못하면서


부족한 소양을 갖추어 대면하게 될 것이다.


 


헉 이야기가 옆으로 빗나간다.


오늘은 기사를 가린 색종이에서 무량수전을 가린 안양루로 빗나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