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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벗,지인과 함께)

퇴직하는 벗에게

 

길에 어찌 좋고 나쁨이 있으리오

길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기 위해 있는 것 아니더이까

 

홍안의 눈동자에 끓던 야망도

뜨거운 가슴에 타는 정열도

누르고 삭이며 오직 이 한 길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오셨구려

 

돌아보면 아스라한 길

보람과 영광에 뿌듯하기보다는

회한과 미련으로 저미어 오는 것은

구도하듯 참되게 살아 온 탓 아니겠어요

 

이제 남은 길

잔설 앉은 머리칼에 황혼의 아쉬움 떨쳐내시고

설레는 마음 호기심 가득한 소년처럼 가시구려

 

내일은 남도행 버스를 타고

석양이 내리는 주막집에 여장을 풀고

오가는 길손들과 한 잔 하시구려

모레 아침엔 해가 문지방 너머

서너 뼘 들어와도 괜찮겠구려!

 

 

이 글을

고교 동기생인 신용희 선생님께 올립니다.

2011년 2월에 퇴직하는 벗입니다.

 

그는 고향에서 함께 산과 들을 다니며

아름다운 사람을 함께 할

소중한 벗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