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올 골짜기, 이리저리 뒹굴고, 쳐박히던 막돌들
잔칫판이 벌어졌다.
몇 번이고 제 맨 뺨을 상대의 맨 뺨에 마주대고, 돌려대고
상대의 맨 가슴에 제 맨 가슴을 마주대고 또 돌려대며,
제 사주팔자대로 음양오행에 맞춰 짝을 찾더니
이윽고 깍지를 끼고, 팔짱을 끼고, 온 몸으로 포옹하고 있다.
이제야 한 몸이 되었구나.
한 마을이 되었구나.
그래도 체면이 있어 매끈하고 반듯한 낯짝 겉모습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면
속앓이로 푸석푸석하게 헤진 썩배기와
큰 돌 틈지기로 걸어들어간 쐐기의 고단한 비명이 들린다.
한겨울 차가운 골바람이 휘몰아칠 때는
입술 없는 잇발을 악다물어 조이는
일사분란한 병영의 함성이 매섭게 휘몰아친다.
따뜻한 봄날 그 틈새로 햇발이 머물거나
댓바람이 스걱대는 밤이면
내 어린 시절 사랑하는 이들의 소곤거림이 들린다.
집 주변의 막돌을 모아서 직접 돌담을 쌓았다.
돌담은 의지와 노력으로 쌓는다는 말 한마디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