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곡의 글방

다인병실에서

 

 

 

종합병원 다인병실, 열평 남짓한 어머니의 입원실


꼬꾸라지거나 웅크리거나 뒤틀린 채 갯바위에 따닥따닥 붙은 따개비처럼


침대 난간을 놓지 않던, 찰거머리 빨판 같던,


푸르죽죽한 이 마을 사람들의 손등


고로쇠 수액을 넣으면 발 없는 온순한 나무가 되는 것인지......


 

이 마을에 입소하려면 제복을 입어야 했으므로


아예 호주머니라곤 없는 홑껍데기 환자복,


그 틈새로 언뜻 보이는, 여인의 최소한의 자존심인양


말라 비틀어진 젖가슴만 가린 채


하얀 구세주 일행이 올 때마다 치르는 열병 의식으로


묻지도 않은 벌거벗은 과거사를 콧물로 쏟아내며


토박이가 되고 동지가 되고......


 

유일한 사유 재산인 음료수를 공평하게 분배하며


텔레비전 채널 하나로도 넉넉한 평화가 유지되던


이 마을 가로등도 졸기 시작하면


어디선가 한풀이처럼 터지는 코골이에


좁은 골목이 돌아누우며 뒤척거리다


어느 새 똑 같은 꿈을 꾸는 따개비들


이 밤 거친 파도에 손을 놓아버릴지 모를


이승의 막바지 시간을 헐떡이는 저 파리한 한 인생마저도.


 

여기는 알타미라 동굴 근처 어디쯤일 구석기 시대의 한 마을


한 이방인이 좁은 골목길에 앉아 눈이 말뚱말뚱하다.


정작 가슴이 비고 아프건 나다.


 


 


 


 



 


 

'청곡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자 사랑(1)  (0) 2016.02.15
허수아비의 표정  (0) 2016.02.13
모래밭에서  (0) 2016.02.11
눈 물  (0) 2016.02.10
어깨동무  (0) 201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