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다인병실, 열평 남짓한 어머니의 입원실
꼬꾸라지거나 웅크리거나 뒤틀린 채 갯바위에 따닥따닥 붙은 따개비처럼
침대 난간을 놓지 않던, 찰거머리 빨판 같던,
푸르죽죽한 이 마을 사람들의 손등
고로쇠 수액을 넣으면 발 없는 온순한 나무가 되는 것인지......
이 마을에 입소하려면 제복을 입어야 했으므로
아예 호주머니라곤 없는 홑껍데기 환자복,
그 틈새로 언뜻 보이는, 여인의 최소한의 자존심인양
말라 비틀어진 젖가슴만 가린 채
하얀 구세주 일행이 올 때마다 치르는 열병 의식으로
묻지도 않은 벌거벗은 과거사를 콧물로 쏟아내며
토박이가 되고 동지가 되고......
유일한 사유 재산인 음료수를 공평하게 분배하며
텔레비전 채널 하나로도 넉넉한 평화가 유지되던
이 마을 가로등도 졸기 시작하면
어디선가 한풀이처럼 터지는 코골이에
좁은 골목이 돌아누우며 뒤척거리다
어느 새 똑 같은 꿈을 꾸는 따개비들
이 밤 거친 파도에 손을 놓아버릴지 모를
이승의 막바지 시간을 헐떡이는 저 파리한 한 인생마저도.
여기는 알타미라 동굴 근처 어디쯤일 구석기 시대의 한 마을
한 이방인이 좁은 골목길에 앉아 눈이 말뚱말뚱하다.
정작 가슴이 비고 아프건 나다.